<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골프에서는 불편함도 ‘게임의 일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는 메달을 따기 위해 규칙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경쟁하며 노력합니다. 이런 선수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냅니다. 골프 역시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룰 범위 내에서 경쟁을 하는 것은 여느 스포츠와 같습니다.

최근 골프에서 이런 ‘원칙’과 ‘공정성’을 상징하는 소나무 한 그루가 사라졌습니다. 매년 4월 둘째주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17번 홀 왼쪽 페어웨이에 있는 ‘아이젠하워 나무’였습니다. 이 나무는 수령 125년으로 추정되고 높이만도 32m나 되는 큰 소나무입니다. 최근 얼음 폭풍우 여파로 나뭇가지들이 잘려 나가자 골프장 측은 되살릴 방법이 없어 베어 버렸다고 합니다.

이 소나무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문에 유명해졌습니다. 이곳을 자주 찾았던 아이젠하워는 골프 실력이 좋지 못해 이 홀에만 서면 210야드 지점에 있는 나무가 신경이 쓰였고, 티샷을 하면 나무에 걸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나무를 옮기거나 없애줄 것을 요청했지만 골프장 측은 그때마다 이사회를 열어 번번이 거절했습니다. 그때가 1956년, 대통령에 재선된 아이젠하워가 강력한 파워를 가질 때였습니다. 대통령도 어찌하지 못한 이 나무는 이후 골프의 정신인 ‘원칙’과 ‘공정성’의 대명사로 더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마스터스에서도 이 소나무에 얽힌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1973 마스터스 챔피언 토미 아론은 이 홀에서 티샷한 공이 이 나무 위로 날아갔지만 공을 찾지 못해 ‘로스트 볼’로 벌타를 먹은 적도 있습니다. 이 공은 다음날 바람에 의해 떨어져 발견됐습니다. 2011년에는 타이거 우즈가 3라운드에서 이 나무 밑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샷을 하다 왼쪽 무릎과 아킬레스건에 부상을 입고 공동 4위에 그쳤습니다. 우즈는 이후 메이저 대회를 두 차례 건너뛰는 수난을 당했습니다.

아이젠하워의 고집대로 일찌감치 나무를 베어냈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고 마스터스 챔피언도 숱하게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6차례나 마스터스를 제패한 잭 니클라우스는 나무가 베어지자 “오거스타 내셔널의 상징이자 전통이 사라졌다”면서 애석해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 17번홀 그린 주변의 ‘지옥의 벙커’로 불리는 사람 키보다 높은 악명 높은 벙커가 있습니다. 일본의 도미 나카지마는 1978년 브리티시 오픈 때 이 홀에서 4번만에 나와 우승권에서 멀어졌고,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미야자토 아이가 3번만에 가까스로 탈출했을 정도입니다. 프로들이 이정도인데 아마추어들은 그야말로 빠지면 손으로 들고 나오는 수밖에 없을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세인트앤드루스 측은 턱 높이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런 불편함도 ‘골프 게임의 일부’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