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1년>‘선제적 외교’ 동맹·협력 공고… 이해 충돌땐 자칫 ‘샌드위치’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첫해 미국·중국과의 외교는 선제적 외교로 양자관계를 모두 개선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향후 주요 2개국(G2)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틈바구니에서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히 하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 향상을 통해 북핵문제는 물론 유동적인 북한 정세를 풀어가는 큰 자산을 확보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미동맹과 관련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이후 양국 간 여러 난제들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한·미원자력협정의 만기를 2년 연장하기로 했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도 타결됐다. 정부가 요청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기의 재연기를 놓고도 양국 간에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일본의 과거사 도발 와중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오는 4월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한·미관계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과는 과거 어느 때 보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발전한 한해로 평가됐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의 방중 당시 양국 정상이 체결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체제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채널로 긴밀한 협력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이창형 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2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과의 관계 강화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현 정부의 피할 수 없는 전략적 선택이었다”면서 “한·중관계 강화를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치는 ‘제로섬 게임’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한·중 간 정보보호협정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이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의 일방적 선포로 인해 주변국들과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국익을 확보하는 전략적인 방식으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선포하는 등 외교력도 돋보였다는 평가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ADIZ의 일방적 선포 이전에 한·중 간 고위채널을 통해 사전에 조율하지 못했던 점은 아쉽지만 이후 정부가 KADIZ를 선포하면서도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던 것은 평가할 만한 외교력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보기에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에 기울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보여줘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중관계가 강화됐지만 미국 내에서 한국이 중국 측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다”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미 양자 간 현안들과 관련해 셀링포인트를 높이는 노력들을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