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마저 뽑아야 할 ‘盧정부의 주택 대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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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한양대 교수·도시공학

며칠 전 국토교통부의 업무보고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하고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대폭 조정하겠다는 내용이 제시됐다. 이 내용을 접하면서 노무현정부 시기 국민으로 하여금 주택시장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싸움터로 인식하게 만들고, 가진 자를 주택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대못을 박았는지에 대한 회한이 들었다. 불행하게도 지금 서민들이 하우스푸어로, 그리고 렌트푸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제도적 근원이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노정부 시기 국가적 주택정책의 핵심은 재건축 아파트, 그리고 강남 아파트에 집중돼 있었다. 그 시기 도입된 재건축 관련 규제는 그 명칭만 열거해도 한 페이지를 족히 채울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강남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기보다는 수도권 전체로, 그리고 아파트가 아닌 비(非)아파트 주택의 가격 앙등으로 확산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근거한 재건축부담금은 수많은 규제 중 하나다. 그러나 재건축부담금은 계속 유예되면서 징수 실적이 거의 없었다. 소리만 요란했지 실질적인 기능을 못했다. 현재 재건축과 관련된 개발이익 환수는 임대주택 공급 비율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별 임대주택 공급 비율 규정은 금전적인 부담금의 형태는 아니지만, 늘어난 용적률의 일정 비율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게 함으로써 조합원의 분담금이 늘어나게 만든다. 관련 지자체는 그런 구도 속에서 해당 임대주택의 토지 지분은 기부채납을 받고 표준건축비만 지불함으로써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게 된다.

결국 임대주택 공급 비율과 재건축부담금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실질적인 기능면에서 이중과세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발이익의 적정 환수가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면 징수 실적이 없는 재건축부담금을 유지하기보다는 임대주택 공급 비율만으로도 충분하다.

실질적인 재건축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또 다른 규제는 소형주택 의무비율이다. 현재 관련법에 따르면 재건축 시 60㎡ 이하의 주택을 30~50% 범위에서 지자체에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규정이 재건축단지의 기존 평형 구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건축사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관련 조합원들 간의 갈등 구조에서 발생한다. 이 소형주택 의무비율은 그 갈등 구조를 심화시킴으로써 다수의 단지에서 재건축사업 진행을 어렵게 하는, 무시하지 못할 영향을 미쳐 왔다.

소형주택 의무비율은 대형 평형에 대한 과수요가 유지되던 시기에는 그 필요성이 인정될 수도 있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로 인해 소형 2채보다는 대형 1채가 우월한 투자 가치가 유지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제 시장에서는 중소형에 대한 선호도가 대형에 대한 선호도를 앞지르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도 폐지됐다. 대형에 대한 비정상적인 과수요가 발생할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소형 공급을 의도적으로 확대시킬 경우 요즘 문제가 되는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과다 공급과 같은 주택시장 내 불협화음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노정부 시기 주택시장에 박아놓은 대못들은 주택가격이 앙등할 때는 그 역할을 못하다가 오히려 위축된 주택시장에서 시장을 억누르는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앞으로 필요한 정부의 정책적 고민은 어떻게 투자 여력이 있는 계층으로 하여금 주택시장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내는가이다. 재건축과 관련된 규제 완화는 그런 역할을 수용함으로써 저성장기 도시 재생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도시 구조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