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경제혁신’ 政治 뒷받침 없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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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한국재정학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소장

취임 1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놨다. 구체적인 세 가지 전략으로,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내수기반 확충’을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15개 핵심과제와 100개 실행과제를 통해 3년 후의 청사진도 보여줬다. 취임 초기에는 경제민주화에 발목이 잡혀 성장 엔진을 꺼뜨릴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이제 경제성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볼 수 있다. 일단 계획안(案)이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계획안에는 여러 가지 정책 과제가 혼재돼 있으나, 기본 틀은 시장경제의 경제 기반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이들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만 있으면, 3년 뒤 한국경제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계획안들은 경제적 합리성 측면에서 타당한 정책들이다. 그러나 정책안과 현실에 실행 가능한 정책안과는 별개의 문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안처럼,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정책은 우수한 경제학자와 관료들에 의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정책안의 실현 여부는 정치권에 달려 있다. 결국 정책은 경제적 합리성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 정치과정을 통해 달성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해도, 정치권의 순탄한 정치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현실화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제 경제민주화란 정치 타협의 지루한 터널을 지나 경제혁신을 통한 성장 의지를 확고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여전히 경제민주화라는 허깨비에 빠져 있다. 경제적 강자와 약자 간 대결 구도, 갑을(甲乙) 관계, 양극화, 공공성 등의 개념에 빠져 있는 정치권 시각에서 보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또 다른 투쟁의 대상일 것이다. 이번 핵심 계획안에는 공공부문의 개혁과 서비스산업 활성화 정책도 포함돼 있다.

공공부문 개혁의 원칙에 대해선 찬성하지만,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단계로 가면, 이해(利害)집단의 반발은 엄청나다. 지난 번 낮은 단계의 공공부문 개혁안인 철도공사 자회사 설립건으로 이해집단의 강한 저항을 보았다. 또한 우리 미래의 먹거리인 서비스산업은 공공성이란 논리에 휘둘려 규제 틀 속에서 발전할 수 없는 구조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안에는 이보다 훨씬 강도 높은 개혁안이 많은 만큼 앞으로 엄청난 분열과 정치권의 선동이 예상된다.

우리의 정치시장 구조는 공익(公益) 추구가 아닌, 이해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권이 움직이는 지경에 왔다. 즉, 공익이 아닌 정치인과 이해집단의 사적 이익(私益)이 우선하는 ‘정치 실패(political failure)’의 구조다. 합리적 경제논리는 이해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중영합주의 정치 논리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성공하려면 다른 무엇보다도 합리적 경제 논리가 현실화할 수 있는 정치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 따라서 경제혁신에 앞서 ‘정치혁신’이 우선돼야 한다. 정치혁신 없는 경제혁신은 그냥 좋은 그림일 뿐이다. ‘나눠 먹자’는 낡은 이념을 종교처럼 맹신하며 살아가는 정치인들은 설 자리가 없도록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의 존립 기반인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란 틀을 파괴하려는 국회의원이 많은 현실에서 경제혁신을 통한 성장을 무리없이 이루기는 어렵다.

경제혁신안과 함께 우리 사회의 정체성(正體性) 확립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 사회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은 정치판에서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의 정체성 속에서 경제혁신안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 정치혁신을 이루는 것이 대통령이 해야 할 최대의 정치적 과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경제혁신은 정치혁신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