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발효 추종자들 김치 담근다면… 그 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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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욕망하다 / 마이클 폴란 지음, 김현정 옮김 / 에코리브르

요리를 해보신 적이 있는지. 물론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라도 직접 요리를 해본 경험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시는지. 이에 대해선 사람에 따라 답이 나뉠 것이다. 남성이라면 요리하는 데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가 많을 것이고 여성이라면…, 이렇게 말한다면 당장 ‘성 차별’로 공격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요리가 ‘여성의 몫’처럼 여겨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왜 그럴까?(답은 책에서 직접 찾아보시길.)

이 책은 요리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을 어느 정도는 뒤엎고, 어떤 점에선 강화시킨다. 전작 ‘잡식동물의 딜레머’ ‘세컨 네이처’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밀한 저자는 이 책에서 요리의 사회문화사를 그야말로 ‘휘황찬란하게’ 설파한다. 단순히 다른 책에서 주워 모은 잡다한 지식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직접 요리를 배우고, 음식을 만든 경험도 함께 풀어놓는다. 저자가 도전한 요리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심지어 김치도 들어 있다.

“카츠나 내가 조언을 구한 미국의 다른 발효 추종자들은 김치를 담그는 과정이 사워크라우트 만드는 법과 약간만 다르다고 한 반면, 한국인들은 상당히 다르다고 말한다. 카츠는 자신이 만든 김치를 ‘크라우트치(kraut―chi)’라고 부른다. 내가 처음 시도해본 김치가 바로 크라우트치였다. 나는 잘 드는 칼로 배추 몇 포기를 지름 2∼3㎝의 둥근 조각들로 썰었다. 그리고 소금과 함께 빨간 고춧가루를 충분히 뿌려 배추를 붉게 물들였다. 마늘과 생강을 내가 참을 수 있는 양만큼 갈아서 넣고 생고추도 집어넣었다….”

저자는 “요리야말로 인간을 동물과 구분짓는 결정적 능력”이라는 소위 ‘요리 가설’에 고개를 끄덕인다. 호모 사피엔스 고유의 활동인 요리는 인류 문화의 중심을 이루고, 가족의 삶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아주 즐거운 일이라는 것. 저자는 이를 실제 체험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셰프들을 만나고, 직접 요리를 해봄으로써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통돼지 구이에서 아주 미세한 효모의 작용에 이르기까지 음식의 신비를 밝히며 읽는 이를 요리의 가장 기초적인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는 우선, 요리에서 첫 번째 요소인 ‘불’을 통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초기 형태의 요리를 탐구한다. 즉 그릴에 구운 고기다. 불로 요리하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저자는 뒷마당 그릴에서 시작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바비큐 화덕과 핏마스터에 이르는 긴 여정을 직접 탐사한다.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이 원시시대 인류를 모닥불 곁으로 불러냈으며, 이런 경험으로 인해 그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게 된다.

이어 저자는 ‘물’에 도전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물 요리’는 불로 요리한 후라야 가능하다. 요리 재료를 담을 냄비가 발명돼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요리는 가정의 영역인 실내로 옮겨진다. 저자는 일상적인 가정 요리의 기법 및 만족도를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향료 식물이라든가 약간의 기름, 고기 몇 점, 그리고 집 주변에서 보내는 긴 오후 시간을 이용해 맛있는 음식을 조리하기 위한 기법을 단계별로 펼쳐 보인다.

그다음, 저자는 ‘공기’라는 요소를 다룬다. 인류는 공기를 음식 안으로 끌어들이는 법을 터득함으로써 음식 맛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서구 문명은 대부분 ‘빵’에 관한 이야기고, 빵이야말로 최초의 중요한 ‘식품 가공’ 기술의 산물이었다. 저자는 미국 전역의 다양한 베이커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준다. 저자 스스로 두 가지 개인적인 목표를 세웠는데, 하나는 최대한 공기를 함유하고 있으면서 건강에도 좋은 완벽한 빵 만들기이고, 다른 하나는 요리가 치명적으로 잘못된 길로 접어든 ‘정확한’ 순간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인류 문명은 어느 때보다도 음식의 영양가를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식품 가공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발효 음식에 도전한다. 발효의 여러 기술은 ‘흙’과 마찬가지로 유기물을 어떤 상태에서 더 영양가 있고 맛있는 다른 상태로 변화시키는 생물학에 달려 있다. 곰팡이와 세균(이들 대부분은 땅속에서 산다)은 ‘창조적 파괴’라는 보이지 않는 일에 몰두하면서 강하면서도 은근한 맛을 내는 강력한 취음제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저자는 ‘불-물-공기-흙’이라는, 고대 그리스문명에서 4대 원소로 꼽혔던 과정을 통해 요리에 대한 철학적 접근까지 선보인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