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말 ‘뼈 쓰레기’ 재활용으로 ‘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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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 카트린 드 실기 지음, 이은진 조은미 옮김 / 따비

날마다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프랑스에서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을 가늠해보도록 제시한 저자의 비유가 이렇다. “프랑스에서 해마다 생활쓰레기 2200만t과 대형 폐기물 600만t이 버려진다. 이 쓰레기를 한꺼번에 내다 버리려면 길이 1만4000㎞에 달하는 초대형 기차 2대가 필요한데, 기관실은 중국 상해(上海)에 차량은 베이징(北京)에서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지나 열차 꼬리가 파리에 걸쳐져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끔찍한데 미국의 경우,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프랑스의 두 배에 이른단다.

산업사회에서 쓰레기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조건이다. 경제성장을 담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비를 진작하고 있는 건 달리 말하자면 ‘가능한 빨리, 그리고 많이 버리도록’ 부추기는 일에 다름아니다. 마치 폭식증에 걸린 듯한 생산과 소비의 증가는 곧 쓰레기의 양산을 뜻한다. 이렇게 쓰레기를 마구 만들어내다 보면 미래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과연 인간은 쓰레기더미의 재앙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인가. 재활용과 혁신을 통해 쓰레기 처리에 대한 적응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인가.

이 책은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와 함께 그 해결을 모색하긴 하지만 ‘지루하고 계몽적인 태도’가 아니라 다분히 흥미로운 시선으로 쓰레기의 가치를 주목한다. 과거 쓰레기의 대부분이 유기물로 자연으로 돌아가던 시대에서부터 시작해 도시가 쓰레기와 배설물로 가득했던 중세시대와 폭증하던 쓰레기 문제로 고심하던 산업혁명기를 지나 쓰레기가 곧 재처리업자들의 막대한 이권이 되는 것을 넘어 소득을 분배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산업으로 이행하는 과정까지 두루 살핀다.

실제로 과거 넝마주이들은 쓰레기에서 적잖은 수입을 얻었고, 제3세계 빈민들은 지금도 거기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골라낸다. 재활용 쓰레기가 가공돼 명품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예술가들은 쓰레기에서 영감을 얻어 미술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쓰레기는 인간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포도밭의 퇴비가 되기도 하고 극빈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생존을 가능케 해주기도 하고, 일용직이긴 해도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때로는 골칫거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유용한 자원이 되기도 하는 쓰레기가 가진 다양한 얼굴들을, 이 책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먼저 프랑스대혁명의 시기 앞뒤로 파리시가 어떻게 쓰레기문제에 골머리를 앓았으며, 결국 수포로 돌아갔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강구했는지를 당시의 문서와 기록을 뒤져 생생하게 복원해낸다. 흑사병이 창궐했던 시절, 프랑스 파리에서는 오물을 거리에 버리는 자들을 금고형에 처했고, 심지어는 교수형에 처한다는 방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거리낌 없이 법을 어기는 사람들에게 시의 공권력은 끝내 항복하고 말았다. 급기야 루이 12세는 처음으로 쓰레기 처리를 위해 특별세를 거뒀는데, 여기에는 거리 조명을 위한 세금도 추가됐다. 밤거리의 조명은 순전히 어둠을 틈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을 적발하기 위한 것이었다.

책은 이어 19세기 말 쓰레기에서 쓸만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골라내는 이른바 ‘넝마주이’가 어떻게 부를 창출했으며 쓰레기를 뒤지는 이권들이 어떤 식으로 거래됐는지 등을 살핀다. 저자는 또 쓰레기 더미에서 어떤 것들이 돈이 됐고, 쓰레기 속의 물건들이 어떻게 재활용됐는지도 세심하게 살핀다. 19세기 말에는 의외로 버려진 뼈가 거의 금광취급을 받았다. 뼈에 황산을 섞어 가마솥에 끓인 뒤 굳어있는 기름을 걷어내 초나 비누, 심지어 버터를 만들어냈다. 질 좋은 뼈는 단추나 빗, 가위손잡이, 칫솔 등으로 썼다. 뼈를 분쇄해 인산비료로 만들기도 했다. 충격적인 건 영국에서는 전장의 주검에서까지 뼈를 거둬들였다는 사실이다. 워털루전쟁과 크림전쟁에서 전사한 영국군의 뼈는 모아져 인산비료가 됐다.

저자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쓰레기가 크게 늘어났지만 쓰레기의 긍정적인 경제효과도 더불어 커지고 있다고 주목한다. 예컨대 쓰레기 소각장의 열로 적잖은 난방과 전기를 만들어내고 연료가 되는 바이오가스를 추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결론은 날로 늘어나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자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쓰레기가 단순한 악이 아니라 소득을 재분배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유용한 자원이라는 것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