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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착한 경제, 사회적 기업 1000개 시대 게재 일자 : 2014년 03월 03일(月)
한번 쓴 토너 새것처럼 복원… 기술특허 6건 보유
■ 토너 카트리지 재제조 ‘심원테크’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서울 구로구 ㈜심원테크 작업실에서 김준호(왼쪽 세번째) 대표와 직원들이 재(再)제조한 토너 카트리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2004년 한 남성이 회사에 찾아왔다. 채용공고를 보고 왔다고 했다. 20대의 젊은 나이였지만, 몸이 조금 성하지 못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김준호 ㈜심원테크 대표는 잠시 고민을 했다. 다른 사원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우면 생산 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채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돌려 말할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일하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 찬 그의 눈을 가만히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과 다른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래, 일단 같이 일해봅시다.”

그렇게 한, 두 명씩 장애인 사원은 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특별히 장애인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심원테크에는 19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이 중 12명이 장애를 안고 있다. 청각이나 언어에 불편함이 있거나 다리 등 신체에 제약이 있는 이들이다.

지난 2월 21일 찾아간 서울 구로구 심원테크에서 만난 강승진(38) 씨는 뇌병변 3급의 중증장애를 안고 있었다. 11년 전 경남 거제도에 있는 한 대기업의 조선소 현장에서 일을 하던 중 퇴근길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6개월간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고, 깨어난 후에도 1년간 병상에서 지내야 했다. 5년간 집 근처에 산을 오르고 병원을 다니며 재활 치료를 했지만, 말이 어눌하고 손발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후유장애는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일을 하고 싶어 3∼4군데 원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강 씨가 심원테크에 찾아온 것은 2009년 여름이었다. 처음에는 스티커 하나 붙이지 못했고, 컵을 나르면 음료수가 절반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만 더, 이틀만 더 지켜보자’ 하다 보니 어느새 5년 차 사원이 됐다. 지금은 스티커는 물론 부품 조립 과정에도 참여할 정도로 몸이 좋아졌다. 강 씨는 “일을 하니까 하루하루가 즐겁고, 집에서 재활운동을 할 때보다 몸이 회복되는 게 훨씬 빠른 것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심원테크는 몸이 불편한 사원들을 위해 야간·휴일근로를 하지 않고,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업무량이 많을 때도 추가 근로시간이 2시간을 넘어서는 안 되는 규정이 있다. 김 대표는 “생산성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재촉하면 오히려 불량품만 나올 뿐”이라며 “컨디션이 좋으면 더 만들고, 나쁘면 덜 만드는 것이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허 6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의 도약 = 심원테크는 그렇다고 착하기만 한 기업이 아니다. 일반적인 사회적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고용이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설립된 반면, 이 회사는 본래 시장경제 속에서 수익을 창출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회사 운영 과정에서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 점을 인정받아 사회적기업이 된 것은 2010년으로, 회사 설립 후 8년이나 지난 때였다. 심원 테크는 그만큼 여타 사회적기업에 비해 자립적 생존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 회사는 설립된 이래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하며, 지난해 18억 원의 연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6건의 국내 특허를 보유한 것이 특징이다.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는 사회적기업이면서, 기술혁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인 셈이다.

심원테크는 토너 카트리지를 재(再)제조하는 업무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토너를 재생하거나 인쇄가루를 충전하는 것이 아니다. 분해·세척 후 교환이 필요한 부품을 교체하거나 코팅하는 등 작업을 통해 새 제품에 가깝게 복원한다. 중국에서 많이 들어오는 재생·충전 토너의 경우, 불량품이 많고 때때로 프린터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심원테크는 불량률 1% 이하의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성과로 인해 K-마크, 환경마크, ISO-9001, ISO14001 등을 인증받았고,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월 서울시는 관내에 있는 430여 개 사회적기업 가운데 심사를 거쳐 13개 우수 사회적기업을 선발했는데, 심원테크도 포함이 됐다.

◆토너 카트리지 재제조업체 1위의 꿈 = 심원테크를 설립한 김준호 대표는 본래 군인이었다. 20년간 군 생활을 마치고 중령으로 예편한 후,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육군본부 인쇄창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심원테크를 토너 카트리지 재제조 1위 업체로 만드는 꿈을 꾸는 한편, 향후 시장 규모가 커지기를 바라고 있다. 국내에는 300∼350개 정도의 토너 재제조업체가 있지만, 95% 이상이 근로자 10인 미만의 영세업체다. 국내에서는 한해 약 10만 개의 토너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재활용을 하지 않는다면 모두 산업폐기물이 된다.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재제조 산업의 성장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 심원테크의 재제조 토너는 좋은 품질에도 불구하고 공공시장 납품 위주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새 제품의 40%대 가격이지만, 중국에서 무더기로 들어오는 값싼 재생·충전 토너로 인해 소비자의 구매가 저조하다. 김 대표는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재제조 토너의 가격이 새제품의 80∼90%에 이르지만 구매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며 “잘 만들어진 재제조 토너는 재생·충전 토너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으니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가 많이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제조는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새 제품을 만드는 것과 비교해 3배 정도의 고용효과를 낸다”며 “구매를 할 때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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