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일본版 홀로코스트

  • 문화일보
  • 입력 2014-03-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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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우 세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일제 군국주의자의 행위를 독일 나치와 비교하는 것이다. 일본군은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만큼 잔인하지 않았으며, 나치와 비교하는 것은 사무라이 후예의 명예를 훼손시키려는 음모라는 강변이다.

“유대인 학살은 조작됐다”는 극우단체들이 최근 도쿄 지역 도서관을 돌며 나치 박해로 숨어 지낸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의 체험기 ‘안네의 일기’ 책을 훼손하는 테러까지 자행하고 나섰다. ‘난징(南京)대학살 조작설’도 이들의 단골 메뉴다.

당시 일본군의 만행은 나치보다 더 흉포했다. 1942년 일본군의 필리핀 바탄반도 ‘죽음의 행진’이 대표적이다. 포로로 잡은 미군, 필리핀군 및 난민 약 10만 명에게 물도 주지 않고 며칠 동안 걷게 해 3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140명의 미군 포로를 참호에 들어가게 해 휘발유를 뿌려 산 채로 화형시킨 필리핀 팔라완 대학살. 두 병사가 일본도로 100명 목베기 시합까지 한 난징대학살. 미군 포로를 살해해 인육까지 먹는 엽기적 만행을 한 오가사와라 제도의 주도(主島) 지치지마 사건. 천인공노할 일본군의 죄악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인의 민족성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은 잘못이다. 그들을 괴물로 만든 주범은 ‘아시아의 히틀러’로 불린 육군대장 출신 총리 도조 히데키 등 군부였다.

도조가 만든 전투 행동 규범 전진훈(戰陣訓)은 개인의 존엄을 철저히 무시한 일본 천황제 파시즘의 결정체였다. 명령에 대한 맹목적 복종, 비인간적인 집단 린치 등으로 ‘천황의 병사’들은 공격적인 광견(狂犬)으로 사육됐다. 누적된 울분과 불만이 만행을 거침없이 자행토록 한 병원체다. 내부의 폭력이 외부로 전이된 ‘억압의 전이’ 현상이다. (이창위, ‘일본제국 흥망사’)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는 광신적 군부가 이끌고 몽매한 우중(愚衆)이 지지한 군국주의 일본을 ‘술에 취해 말을 타고 달리는 여우’에 비유했다. 침략사와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한, 군국주의 파시즘이 부활해 또다시 술에 취해 말을 타고 달리는 여우와 미친개를 양산할 수 있다.

미국 뉴욕의 퀸스커뮤니티칼리지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을 알릴 상설전시관을 만들기로 했다니 반갑다. 세계 62곳의 홀로코스트 박물관 등에 천황제 파시즘의 위험성을 경고할 ‘일본판 홀로코스트’ 전시관을 마련하고 전 세계 초·중·고교 교과서에 그 실상을 알려야 한다.

정충신 논설위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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