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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글로벌 에세이 게재 일자 : 2014년 03월 05일(水)
新열하일기와 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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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양고궁.
조백상/駐선양 총영사

조선 후기 실학의 대가였던 연암 박지원이 저술한 ‘열하일기’는 세계적인 기행문의 하나로 꼽힌다. 열하일기는 1780년 연암이 사행단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삼종형 박명원과 동행하게 되면서 중국의 자연과 풍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듣고, 때로는 주점 등에서 중국의 지식인들과 필담을 나누면서 느낀 소회를 기록한 기행문이다. 열하일기는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사행단 교류를 통한 한·중 간 정치·외교, 경제, 문화 및 인문 교류 등 다양한 측면을 포함하고 있어 가치가 높다.

당시 연암의 여정은 오늘날의 지명으로 서울에서 신의주를 거쳐, 압록강을 건넌 후 단둥(丹東), 랴오양(遼陽), 선양(瀋陽), 산하이관(山海關), 베이징(北京), 그리고 황제가 여름휴가 중이던 허베이(河北)성의 청더(承德)에까지 이어졌다. 연암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첫 여정은 동북3성의 하나인 랴오닝(遼寧)성에서 시작됐다. 오늘날도 랴오닝성에는 조선시대 사신이 지나갔던 여정과 마을들이 옛 모습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중국에 첫 발을 내디딘 연암에게 가장 먼저 다가선 것은 중국(靑)의 발달된 문물과 자연을 적극 이용하는 태도였다. 연암의 눈은 수레를 활용하는 중국의 운수제도, 벽돌로 쌓은 성과 주택, 도자기를 구워내는 가마, 번화한 상가 등 주로 민생과 관련되는 중국의 문물과 제도들이었다.

연암이 열하일기에 담아 후세에 전하려 한 것은 명분과 탁상공론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부강한 국가건설과 국민의 삶을 증진시키려는 이용후생과 실사구시 정신이었다. 연암이 걸었던 연암로드는 오늘날도 여전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한·중 교류의 현주소이자, 조선실학 완성을 위한 실험장이었다.

연암의 이용후생과 실사구시 정신은 오늘날의 한·중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올해로 수교 22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는 세계 외교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빠른 관계발전을 이루었다. 지난해 양국간 교역액은 27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중국은 한국의 제1위 무역대상국이 됐고, 한국은 중국의 제1위 수입대상국이 됐다. 지난해 양국 간 인적 교류는 800만을 넘어섰다.

이러한 양적인 분야에서의 관계발전뿐만 아니라, 미래비전 공동선언, 인문유대 강화 등을 통해 양국민 간의 미래를 공유하고, 문화·정서적 측면의 교류 또한 깊어지고 있다. 랴오닝성 등 동북3성에서는 ‘한국산’상표만 붙여 놓아도 최고의 대접을 받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호감이 강하다.

한·중 관계가 이처럼 깊이 있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암이 걸었던 한쪽 길은 여전히 막혀 있다. 연암이 압록강을 건너면서부터 시작됐던 이 길이 다시 연결되고, 이용후생을 꿈꾸던 연암로드가 만주벌판에서 단둥, 압록강을 넘어 평양을 거쳐 다시 서울로 이어질 수 있다면 한·중 관계, 한·동북3성 관계는 진일보할 것이다.

정부는 올해 최우선 외교정책의 목표로 평화통일을 위한 신뢰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통일이라는 대박을 이루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 국민과 함께하는 신뢰외교를 통해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진정성 있고 현실적인 정책에 대해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기반을 넓히고, 북한의 변화와 호응을 유도해 가야 할 때다. 한·중 양국도 그간 발전돼 온 양국 간 전략적 협력관계와 실사구시 정신에 입각해 양국 관계 발전의 잠재력이 남북 관계 발전, 그리고 통일에까지 이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연암이 열하일기를 쓴 지 올해로 234주년인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는 한국을 거쳐 중국 대륙, 그리고 유라시아로 연결되는 새로운 연암로드의 개통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 길은 어느 한 방향이 아닌 상호공생과 공영의 방향이며, 미래의 평화를 여는 길이어야 할 것이다. 그날이 빨리 와서 남북통일과 동북아 번영, 그리고 세계평화가 함께하는 신열하일기가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조백상(57) ▲서울대 외교학과 ▲제16회 외무고시 ▲외교부 특수정책과장 ▲주중1등서기관·주일본참사관 ▲외교부 남아시아대양주협력관 ▲주베트남공사 ▲국방부 국제정책관 ▲주선양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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