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유우성측 제출 문서 ‘주문 제작’ 의혹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다르네 지난해 12월 6일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 보도 중 탈북 화교 유우성(34) 씨의 동생 유가려(27) 씨가 들어 보인 싼허변방검사참의 ‘정황설명’ 문서(왼쪽)와 2초 뒤 화면에 등장한 동일 제목의 문서가 글자체와 작성 형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후자가 유 씨 변호인 측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다. 뉴스타파 홈페이지 캡처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진상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국가정보원이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에서 발급받았다는 문서의 위조 여부와 입수 경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유우성(34) 씨측도 같은 기관에서 ‘정황설명’ 문서를 최소 두 차례 이상 발급받았고, 재발급받는 과정에서 유 씨 측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주문생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6일 공안 당국과 유 씨 측 변호인의 말을 종합하면, 유 씨의 동생 유가려(27) 씨는 지난해 11월 중순 싼허변방검사참에서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국기록에 오류가 있음을 확인하는 ‘정황설명’ 문서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유 씨 측은 11월 26일 같은 제목의 문서를 다시 요청했으며, 재발급된 문서는 기존 문서와 서체는 물론 양식도 다르다. ‘정황설명’ 문서는 유 씨의 출입국 기록 중 2006년 5월 27일과 6월 10일의 연이은 두 차례의 입국 기록은 시스템 오작동에 의해 생성된 오류임을 확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 씨의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 “처음 발급받은 문서에는 유 씨의 인적사항이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아 인적사항이 상세하게 표기된 문서를 다시 발급받았다”며 “재판부에 두 문서를 모두 제출했고, 이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대사관 영사부도 지난 2월 13일 “중국의 관련 기관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우성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정황설명서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합법적인 정식 서류”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두 문서의 서체와 양식이 다르고, 재발급된 문서에는 유 씨 측이 요구한 내용이 추가로 들어갔다는 점을 들어 변호인 측의 요구에 따라 문서가 수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편 국정원이 싼허변방검사참에서 발급받았다는 ‘정황설명에 대한 회신’ 문서는 위조된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 진상조사팀은 이 문서를 입수해 국정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족 정보원 A 씨가 임의로 문서를 만들어 관인까지 직접 찍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의 말을 종합하면, 국정원 직원은 지난해 12월 중순 인천에서 중국 국적의 A 씨를 접촉해 “유 씨 변호인이 법원에 낸 문서를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A 씨는 국정원 직원의 요구에 따라 중국으로 건너간 뒤 싼허변방검사참 명의의 ‘정황설명에 대한 회신’이란 문서를 만들고 현지인으로부터 중국 기관 관인을 구해 날인한 것으로 진상조사팀은 파악하고 있다. 이는 해당 문서를 중국 기관으로부터 발급받았다는 국정원의 주장과 배치된다. 검찰은 A 씨의 위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편 A 씨는 5일 3차례의 검찰조사를 마친뒤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유우성 씨 처럼 탈북 화교 출신 국정원 정보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출·김병채 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