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짝’ 여성출연자 ‘촬영 강요’ 위법 조사

SBS 예능프로그램 ‘짝’ 출연자의 자살 추정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제작진으로부터 해당 촬영 영상 전량을 제출받아 무리한 촬영 강요가 없었는지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문화일보 3월 5일자 9면 참조)

6일 제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SBS 제작진으로부터 지난달 27일부터 촬영한 영상 전량을 제출받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출연진 12명이 7일간 촬영한 내용이 모두 담겨 있는 이 영상의 분량이 워낙 방대해 명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상에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녀 12명의 24시간 생활상과 각종 이벤트 장면이 포함돼 있다. 서귀포시 한 펜션에서 진행된 70회 ‘짝’ 촬영에는 남자 7명과 여자 5명 등이 출연했으며 이중 4커플이 맺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출연자 5명 중 사망한 전모 씨만 남자 출연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전 씨는 촬영 과정에서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확보한 전 씨의 휴대전화에는 전 씨가 사망 전날 친구들과 주고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전 씨는 자신의 SNS에 ‘심각한 두통으로 제작팀 차량을 이용해 병원을 가고 있다’고 썼으며, 사망 3시간 전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한국에서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쓰여 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전 씨가 촬영을 위해 제주로 출발하기 직전 친구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출연을 포기하려 했다’고 쓴 것과 전 씨의 친구가 “제작진이 이미 티켓 등을 예약한 상황에서 출연 포기는 안된다 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 경찰은 특히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극적인 재미를 더하기 위해 출연자들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출연자끼리 애정 경쟁을 벌이게 하는 등 심리적으로 압박하며 인권을 침해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위법성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제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