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 없다”무시한 설계자, 서울시 ‘자체 개발’에 “환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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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5000억 원을 투입해 조성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사진)가 21일 개관을 앞둔 가운데 시가 건축 과정의 뒷이야기를 7일 공개했다. 우여곡절 끝에 설계를 맡았던 영국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한국엔 내 설계를 구현할 제작 기술이 없으니 영국·독일에 맡기라”고 요구하며 시와 갈등을 빚었으나 시 측이 기술 국산화를 통해 준공을 앞당기자 “판타스틱(fantastic·환상적이다)”을 연호했던 일화도 소개됐다.

7일 시에 따르면 DDP는 총면적이 8만6479㎡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이다. 외관 전체 면적이 축구장의 3.1배, 미국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의 1.3배에 달한다. 내·외부 전체가 자유로운 곡선으로 이뤄져 건설이 까다로웠다. 지금까지 자유곡선이나 사선 등은 건축물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곡선은 크기, 형태, 곡선율 등이 모두 다른 4만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로 구현됐다. 시는 패널을 만들기 위해 국내외 기술을 찾아 동분서주했으나 실속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하디드는 우리나라가 2차 곡면패널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고 판단, 영국과 독일의 업체에 제작을 의뢰하라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하디드와 서울시는 상당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영국과 독일의 제작사를 방문했으나 DDP 외장패널을 모두 만드는 데 꼬박 20년이 걸린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기간뿐만 아니라 건축비가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시는 패널 제작 기술을 직접 개발키로 하고 1년 만에 2차 곡면패널을 완벽하게 제작하는 성형기계(MPSF·Multi Point Stretching Forming Machine) 및 절단기(3차원 레이저 절단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6건의 특허를 받으며, DDP를 성공적으로 시공했다. 현재는 당초 국내 기술 수준에 의문을 가졌던 하디드 역시 “판타스틱”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개관을 앞둔 DDP지만 미래 건축기술의 집약체로서 세계적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흉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세금을 5000억 원이나 들이고도 수익 창출이 어려워 운영에 시민 세금이 지속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