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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3월 07일(金)
청첩장·혼인증명서·기녀증명서… 생활문서로 본 중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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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허하노니 마오쩌둥을 외워라 / 쉬산빈 지음, 이영수 옮김 / 정은문고

“작은 전족 한 쌍에 눈물 한 항아리 흘리네.”

이 속담처럼 중국 여성들은 전족을 위해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수해야 했다. 여성의 발에 피륙을 감고 작은 신발을 신겨 발 성장을 정지시키는 전족은 사회의 성장도 정지시켰다. 책에 따르면 산시(陝西)성이 1921년에 발급한 범칙금 통지서는 저우(周) 씨 집안 여자가 전족을 풀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냈다고 돼 있다. 기존 역사서들이 굵직한 사건의 파노라마를 서술했다면 책은 졸업장 한 장, 청첩장 한 장 같은 아주 작은 증거로 그 사건이 속한 역사적 맥락을 짚어준다. 저자 쉬산빈(許善斌)은 괴짜 수집가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역사 부스러기, 다시 말해 옛 증서와 문서 수집에 광적으로 집착했다. 그는 생활문서 수집에 중독돼 가산까지 탕진했다. 그는 자신이 모은 문서를 사료 삼아 19세기 말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100년간 중국 근현대사를 새롭게 해석했다. 청나라 말 혼인증서부터 1980년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달걀매입경품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문서를 토대로 날것 그대로의 중국 근현대 풍경을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일본인 위안부가 중국의 기녀가 된 기막힌 사연도 증서로 남아있다. 쉬산빈이 1944년 수집한 증서는 ‘일본군 군기(軍妓) 출신 기녀의 신분증명서’다. 저자는 “군율을 어겨서 쫓겨났는지, 학대를 참을 수 없어 도망쳤는지를 알 수 없는 점은 아쉽다”며 “이 증명서로 타국 여성뿐 아니라 같은 동포인 일본 여성까지 짓밟은 일본 군국주의의 잔인함을 엿볼 수 있다”고 썼다.

기녀 영업에도 등급이 있었다. 1930∼1940년대 중국의 기녀는 고급과 저급으로 나뉘었다. 기녀들 하나하나에 딸린 기녀 명부에는 성명과 출신지는 물론 학생 품행평가서처럼 평소 생활태도까지 담겨 있었다. 1944년 만주 창춘(長春)시에서 발급된 ‘간판 기녀 신분증명서’를 보면 얼굴마담에게는 특혜가 주어졌다. 이 증명서에 그가 속한 2급 기생집인 백화당을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저자가 다른 기녀 명부와 비교한 결과 그녀만 유일하게 이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머지 기녀는 전혀 출입의 자유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책에 수록된 1944년 공증 문서는 혼인증서 양식을 그대로 가져다 ‘매매혼’ 증서로 쓴 경우다. 혼인증서 양식을 그대로 가져와 매매 조건과 내용을 적은 탓에 왠지 어색하다. 본디 혼인 당사자인 신랑신부의 성명과 나이 및 본관을 적어야 할 난에 아내를 사고파는 남자 둘의 이름·나이·본관을 떡하니 적어놨다. 여기서 아내를 판 남편은 아내를 냉큼 팔아놓고는 그 결혼의 주례까지 당당하게 맡았다. 아내를 판 뒤 사후봉사까지 하다니 포복절도할 일이다. 이 같은 구시대적 관행을 정부가 공증해 줬다는 것도 놀랍다.

1872년 중국 혼인증서를 보면 수입인지가 붙어 있다. 신랑 나이 60세였고 손자까지 혼인한 상태였다. 하지만 기존 혼인증서에 수입인지를 붙여 세금을 매겼다. 저자는 “40여 년 전에 결혼해 혼인증서까지 발급받은 초로 노인네에게 혼인세를 징수하는 파렴치한 일을 도대체 어떤 정부가 서슴없이 한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문화대혁명으로 마오쩌둥(毛澤東) 우상화가 극에 달했을 때도 다양한 풍속도가 등장한다.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69년 청첩장을 보면 마오쩌둥 초상화와 함께 ‘마오쩌둥 어록’ 발췌문이 80%가량을 차지한다. 정작 결혼식 일정과 장소는 아래에 조그맣게 적혀 있을 뿐이다. 심지어 피로연에서 마오쩌둥 어록을 암송하거나 그의 저작을 학습한 소감을 나누는 것이 당시의 결혼 풍경이었다. 늦은 결혼을 증명하는 ‘만혼(晩婚) 증서’도 문화대혁명이 낳은 이단아다. 공산주의를 학습하는 데 유리하니까 결혼을 늦추라는 것은 당시 정치 시스템이 만든 족쇄였던 셈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 문제를 놓고 정부가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중국 최고의 작가라 불리는 루쉰(魯迅)의 부인 쉬광핑(許廣平)은 루쉰 어머니 부고에 실린 가족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세상과 루쉰의 제자 등은 쉬광핑을 루쉰의 부인으로 인정했지만 법적으로는 쉬광핑이 루쉰의 연인이자 한낱 첩일 따름이었다. 이 부고는 근대 자유연애와 구식 결혼제도가 충돌하던 시대, 이혼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대의 한 단면이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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