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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3월 07일(金)
안티 코르셋… ‘근대적’ 몸을 일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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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역사 1 / 조르주 비가렐로 외 지음, 주명철 옮김 / 도서출판 길

최근 우리 사회에서 몸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다이어트 열풍, 아이돌 그룹의 노출 경쟁, 끊임없이 벌어지는 성희롱 사건,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려는 사람들, 낙태 반대나 안락사 문제 등 ‘몸 담론’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노인 요양원에서 신체 일부분의 움직임을 제한할 때 쓰는 물리적 장치인 ‘신체 억제대’를 지나치게 써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외면받고 있었던 ‘몸’이라는 주제를 정치·역사 담론 속으로 끌어들였고, 한국 사회에서도 몸과 관련된 논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선비가 공부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몸을 단정하게 하는 것이었다. 양명학에서는 내 몸을 바르게 함으로써 세계의 완성이 이뤄진다고 봤다. 이와는 달리 중세시대 서양에서 몸은 ‘순수한 영혼을 담는 껍데기’, ‘겉모습의 극장’이었다. 몸을 의복과 같은 것으로 보는 태도는 옷이 사회 계층이나 소속을 말해주는 도구였다는 사실을 설명해준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은 물질과 삶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터닝포인트가 되고 있다. 몸의 역사를 고찰하는 일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고, 삶을 뒤흔드는 ‘물질문명’이라는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다.

책은 오랫동안 잊힌 몸에 대한 담론을 역사적 측면에서 꿰뚫고 있다. 르네상스부터 18세기까지 몸의 역사다. 몸의 세계사는 사고방식과 상징, 예절, 미술, 종교의 중심에 항상 몸이 있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조르주 비가렐로 파리 5대학 교수 등 저자 8명은 “역사가는 오랫동안 몸을 잊고 있었다. 몸의 독창적인 위치는 개인과 사회적 경험이 만나는 데 있다”며 우리가 직접 부딪치는 세계, 감각과 환경의 세계로서의 몸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비가렐로는 ‘근대의 몸’이 르네상스 시대에 출현했다고 말한다. 근대인은 이전과 다르게 몸을 그 자체의 추진력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저자들은 근대인은 그 몸이 별 같은 행성의 영향, 부적이나 값진 물건에서 나오는 신비스러운 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개별화된 것이라고 봤다. 르네상스 시대에 몸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환상과 현실, 옛 문화와 새로운 문화가 충돌하는 장이었던 셈이다. 1340년 시모네 마르티니가 그린 ‘예수의 수난’에 나오는 인물은 나사(羅紗·유럽산 섬유 원단)옷에 파묻혀 있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인 1456년 만테냐의 그림 ‘예수의 십자가형’에서는 몸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몸의 발명이라고 할 정도로 몸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사실적으로 된 것이다. 그 시대에 몸을 보는 관점, 몸을 대하는 태도, 몸가짐이나 운동에 관한 담론 등이 책을 통해 상세히 드러난다.

책에 따르면 18세기 중엽, 코르셋에 대한 반격이 일어났다. 최초로 정형외과술을 제안한 앙드리 드 부아르가르는 1741년 고래뼈나 쇠로 만든 살대를 넣은 몸통 옷에는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처음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당시에는 지체 높은 집안의 어린이들에게 살대를 넣은 몸통 옷을 입혀 몸을 지탱하게 했다. 앙드리는 수동적 운동보다는 능동적 운동이, 교정기보다는 근육이 중요하다고 봤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운동이라는 개념이 이때 본격적으로 부각됐다. 인간은 수렵시대부터 달렸지만, 코르셋 등에 의해 움직이는 본성은 퇴화됐다. 앙드리나 루소 등에 의해 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된 뒤 자율성과 시민의식이 더욱 강화됐다.

앙시앵 레짐(절대왕정 체제) 시대 유럽의 몸을 다룬 대목은 숱한 소설에 등장하는 ‘유혹’과 ‘성욕’이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태동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서유럽은 사회 질서와 종교적 존경심, 인구 증가라는 3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몸과 성욕을 발전시켜왔다. 18세기가 되면 부르주아의 성격과 함께 강한 수치심을 느끼면서 몸과 성욕을 가장 먼 변두리로 쫓아버렸다는 것이 저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앙시앵 레짐 시대에는 모든 사회계급의 젊은 남자는 기혼 여성과 간통하면서 성적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간통은 비교적 안전한 해결책으로 여겨졌다. 비록 젊은이가 떠난 다음 열 달 뒤나 남편이 죽은 뒤에 태어난다 해도 남편의 아들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208쪽)

반면 절대왕정 시절 거친 습관에 젖은 청년들은 대체로 집단 강간에 의존했다. 사회적으로 신분이 낮은 여성 등이 표적이 됐다. 여성의 경우 혼전 성관계로 아기를 가졌을 때 그 결과는 비참했다.

저자 중 한 명인 라파엘 만드레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가톨릭 교회 영향 때문에 중세에 해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릇된 통념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통념은 보니파키우스 8세가 1299년에 반포한 칙령 때문에 생겼다는 것.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는 이 칙령으로 주검의 해체를 확실히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교황은 죽은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무덤까지 좀 더 쉽게 운반하기 위해 죽은 자의 몸을 잘라내는 잔인한 관습을 없애고자 한 것이지, 이 시대에 시작된 해부학을 금지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인간이 몸을 대하고 가꾸는 방식은 문화·역사적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몸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인류문화를 복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학, 심리학, 사회학, 풍속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몸을 분석할 경우 조각조각 찢어진 역사를 새롭게 복원할 수 있다. 몸의 역사를 방대하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1권에 해당한다. 2권은 ‘프랑스 혁명부터 세계대전까지’, 3권은 ‘20세기 시선의 부재’로 연말까지 완간될 예정이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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