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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3월 07일(金)
명문大 출신 미국인 ‘멸종위기 농산물 사수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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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기적 / 데이비드 뷰캐년 지음, 류한원 옮김 / 디자인하우스

자기 손으로 지은 시골마을의 집 뒷마당에서 텃밭을 가꾸는, 이른바 ‘뒷마당 농부’는 농경문화에 뿌리를 둔 우리나라 중년 이상의 상당수 남자들에게는 로망이다. 자연과 호흡하며 느긋하게 생활하고 제 손으로 기른 것들을 먹거리로 삼는 삶을 꿈꾼다는 건 그만큼 도시생활이 촘촘하고 각박하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이런 로망의 실현을 위해 귀농하기나 텃밭가꾸기를 다룬 책들이 그동안 적잖게 출판됐다. 그런데 ‘텃밭가꾸기’를 다룬 이 책의 저자는 뜻밖에 미국인이다. 미국 프린스턴대를 졸업하자마자 매사추세츠주의 헛간 딸린 집으로 간 도시남자. 도시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명문대 출신인 그는 사실 시골생활이 그다지 편하지 않다. 그렇다면 그는 왜 불편함을 무릅쓰고 시골로 갔으며 왜 텃밭농사를 짓는 것일까.

우리 중년세대들을 시골로, 또 텃밭으로 끌어들이는 건 대개 성장기에 건너왔던 농경사회에 대한 추억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를 시골과 텃밭으로 이끌었던 건 음식에 대한 관심과 그 기억이었다. 그는 종자기업이 만들어낸 거세된 씨앗의 재배와 대단위 공장식 농업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찾는다. 텃밭을 가꾸면서 희귀종자를 보존하고, 씨앗을 받아서 다시 심기를 반복하면서 거의 사라져버린 농산물을 재배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다시 재배된 농산물의 잊힌 맛을 살리면서 레스토랑 등에 식재료를 대는 일도 하고 있다. 농업을 통해 지역성과 문화다양성을 살리고 잃어버린 맛을 식탁에 다시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오래전에 잊힌 농산물들이 과연 어떤 맛을 내는지, 만일 맛이 좋다면 그 농산물이 왜 사라졌으며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모색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사라져가는 농산물과 그걸로 만든 음식 이야기가 제법 흥미롭다. 책에 등장하는 일화 중 가장 인상적인 게 ‘해리슨 사과’이야기. 해리슨 사과는 가장 품질이 좋은 미국의 사과주를 만드는 품종이다. 19세기에는 이 사과의 단일품종으로 만든 사과주가 뉴욕시장에서 최고가를 호가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에서 멸종되다시피 했다. 희귀 농산물을 찾아다니는 수집가들이 겨우 찾아내 번식시킨 것들만 남아있다. 그렇다면 술로 빚으면 맛이 좋았던 사과나무가 왜 한꺼번에 다 사라진 것일까. 그건 금주법 때문이었다. 금주론자들은 금주활동의 상징적인 표적으로 해리슨 사과나무를 택했다. 도끼를 든 극력 금주론자들은 해리슨 사과나무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수집가가 겨우 살아남은 두 그루의 해리슨 사과나무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저자는 탄산을 넣은 시판사과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입안을 가득 채우는 것 같은 우아한 해리슨 사과로 만든 와인 맛’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 뉴햄프셔주의 포츠머스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슬로푸드USA의 ‘맛의 방주 위원회’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사라져가는 희귀품종 농산물은 여기서 갖가지 조리법으로 음식이 돼서 맛에 대한 검토를 거친다. 맛이 훌륭하다고 평가된 작물은 국제슬로푸드 소속단체인 이탈리아의 생물다양성재단의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된다. 위원회는 이렇게 기억 속에서 사라진 맛을 찾고 경제적 생존력과 상업적 가능성이 있는 멸종위기 농산물을 찾아내 보존하는 것이다. 종자보존이란 당위성을 ‘음식’과 ‘맛’이란 실용의 차원에서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희귀 농산물이나 종자에 대한 이야기이니만큼 책에는 듣도보도 못한 낯선 식물의 긴 이름이 자주 등장해 읽는 속도를 방해하지만, 희귀농산물의 발견과 재배, 그리고 그게 음식이 돼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소개하는 ‘흥분의 기운’으로 가득한 글에서 저자의 열정은 물론이거니와 저자가 ‘그렇게 사는 삶’을 얼마나 행복해하는지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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