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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3월 07일(金)
日 원전 폭발… 美해군, 주일미군 철수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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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大재앙의 진상 / 후나바시 요이치 지음, 이동주·이해영 옮김 / 기파랑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폭발음이 났습니다. 연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흰 연기라니 그게 뭡니까?”

“화재가 아닐까요. 아마도 휘발성 물질이 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東北)지방 대지진 이튿날, 후쿠시마(福島)원전 1호기에서 폭발이 발생하자 당시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마다라메 하루키(班目春樹) 위원장이 나눈 대화다.


폭발로부터 5분 후 근처를 지나던 경찰관이 “쾅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후 1호기에서 흰 연기 같은 것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라고 보고한 직후였다.

이에 대해 간 총리가 “그게 뭐냐”는 질문을 던졌고, 마다라메 위원장은 “화재가 아닐까”라고 답했던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일본 최고 지도부의 상황에 대한 인식 수준이 얼마나 한심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총리 보좌관이 집무실로 뛰어들어와 “총리님, 1호기 건물이 폭발했습니다. 얼른 TV를 켜 보십시오”라고 외치자 이들은 니혼TV의 특보를 통해 폭발 현장을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1호기 건물이 사방으로 날아가고, 흰 연기가 하늘로 뭉게뭉게 올라오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제야 마다라메 위원장은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안고 테이블에 찧으며 ‘아아’하고 울부짖었다. 간 총리는 소리를 질렀다. “이게 뭐야, 폭발이 아닌가?”

이 책은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주필을 역임한 저자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심층 취재와 분석을 통해 내놓은 종합보고서다. 일본에서는 3·11사태 이후 꼭 한 해가 지난 2012년 3월 민간의 ‘조사·검증 보고서’가 발표돼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정부기관과는 전혀 관계없는 민간 과학자와 변호사, 저널리스트 등으로 구성된 ‘후쿠시마 원발(原發)사고 독립검증위원회’가 조사의 주체였다.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왜 일어났으며, 어째서 원활한 대응을 하지 못했는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해 근원적인 구조 결함과 위기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파헤쳤다.

당시 이 조사를 기획해 팀을 지휘한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다. 그는 이 ‘조사·검증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홀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연관된 당시의 일본 각료, 미국과 일본의 원전 전문가 등 광범위한 인물들에 대한 집요한 추적 조사를 통해 또 하나의 논픽션을 완성했다. 사고 발생으로부터 20일간의 ‘세계를 뒤흔든 날들’, 그 생생한 장면들을 담은 것이 이 책이다.

책에선 당시 긴박하게 돌아갔던 일본 정부와 현장 지휘부, 자위대와 미군, 당사자인 도쿄(東京)전력 등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특히 미 국무부 요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미국이 당시 어떤 식으로 이 미증유의 사태에 대응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덮친 지 나흘째인 2011년 3월 15일 아침, 원전 4호기에서도 폭발이 일어나자 주일 미군 요코스카(橫須賀)기지의 방사선 양이 급증했다. 방사선 오염을 두려워한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이 출항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 내에서는 주일 미군의 전면 철수를 주장하는 해군과 이에 반대하는 국무성이 격렬하게 대립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미국 측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불만이 쌓여갔다. 첫째는 일본 정부의 지나친 ‘정보 은닉’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의 각 원자로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협조를 할 수 있을 텐데 일본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것. 둘째는 이 엄청난 재앙에 대처하는 일본의 ‘지휘소’가 어딘지 모르게 알쏭달쏭했다는 점이었다.

“일본은 동(東)일본을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 이제 끝장인가”라는 탄식이 공공연히 터져 나오는 가운데 급기야 일본 정부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시나리오는 간 총리의 지시로 딱 4부만 작성됐다. 그 내용은 놀랍게도 “도쿄를 중심으로 수도권에 사는 3500여만 명을 피난시킨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정부기관을 비롯, 천황을 비롯한 황실의 긴급 대피까지 상정하고 있었다.

저자는 “일본 내에서는 관료 조직이건 민간 기업이건 문제 사안에 대해 부문별, 부서별로는 최고의 해답을 잘 찾아낸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을 모아 전체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데는 서툴기 짝이 없다”고 결론 내린다. 일본이 자랑해온 ‘일본적 시스템’의 맹점이 무엇인지, 위기 순간에 얼마나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그럼, 우리는?”이라는 두려움이 물밀 듯 밀려온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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