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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3월 07일(金)
성형&카드 ‘플라스틱’을 믿으라…사랑을 얻으리니
美 성형수술 85%가 카드 결제… 세계대공황에도 미용시술 호황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유혹하는 플라스틱 / 로리 에시그 지음, 이재영 옮김 / 이른아침

‘플라스틱(plastic)을 믿으라. 그리하면 일과 사랑을 얻으리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허나 이 말은 진리다. 적어도 플라스틱 공화국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겐.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성형(成形) 또는 소성(塑性)될 수 있다. 파열이나 이완 없이 지속적인 변형을 견뎌낸다. 저자는 오늘날 미국인들이 이 같은 플라스틱의 특성을 닮아간다고 말한다. 성형(pastic surgery)을 하고, 플라스틱 돈(신용카드)으로 지불한다. 이를 두고 저자는 플라스틱처럼 아름다운 ‘가짜’라고 비난한다.

사람들이 기꺼이 ‘플라스틱의 노예’가 되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일과 사랑을 얻기 위해, 혹은 놓칠까 봐서다.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취업과 연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빚(신용카드)을 내 외모를 바꾸는 행위(성형수술)가 ‘미래를 위한 투자’로 자리 잡은 건, 한국에서도 이미 오래된 일이다.

한때 사치의 대명사였던 성형수술이 이제는 노화와 이혼, 성욕 상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관점 변화는 세계 경제와 문화에 발생한 어떤 대대적인 변화의 결과물이다. 책은 이를 뒤쫓는다. 우리가 어쩌다 ‘플라스틱 이데올로기’에 빠져들었는지, 또 이 거대한 ‘욕망의 제국’이 과연 어디까지 흘러갈지 고찰한다.

저자는 사진, 광고 그리고 미용수술이 인과방정식으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 셋이 같은 시기에 산업화 된 것이 역사적인 우연이 아니라는 것. 사진과 광고의 출현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보는 시각, 다시 말해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를 바꾸어 놓았다.

인류학자들은 이를 ‘상류층 모방’이라고 부른다. 영화시대가 개막하면서 이 ‘상류층’이 바로 은막의 스타들이 됐다. 저자는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1872∼1950)의 말을 인용한다.

“나를 돌봐주던 간호사가 걷는 모양새로 걷던 어떤 여자를, 예전 어디선가 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마침내 나는 그 여자를 영화에서 보았음을 깨달았다. 프랑스로 돌아온 나는 그 걸음걸이가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 알게 되었다. 특히 파리에서 그랬다. 여자들은 분명 프랑스 사람이었지만 역시나 그런 식으로 걸었다. 영화 덕분에, 미국인의 걷는 자세가 여기까지 건너오게 되었던 것이다.”(59쪽)

영화, 사진, 광고는 ‘자연에서 존재할 수 없는’ 여성의 육체를 만들어냈고, 시각문화에 중독된 여성들을 등에 업고 미용수술은 계속 확산됐다. 1920년대 대공황이 불어닥쳤지만 미용산업계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20세기의 여성이 된다는 건 단지 화장품만이 아니라 성형수술까지 요구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외양을 바꿈으로써 스스로를 더 낫게 만들려는 큰 프로젝트의 일부다. 그런데 책은 더 최근의 연구들을 통해 미용수술이 광범위한 세계경제, 즉 대다수를 불확실한 미래로 내몬 경제 위기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분석한다.

“앤서니 앨리엇은 ‘커트라인 통과’에서 미용성형이 세계화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완벽한 육체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새로운 집착은, 최근 직장과 집에서 직면하게 된 급격한 불안정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 같은 사회적 경제적 환경 속에서 우리의 보잘 것 없는 위상이 ‘미용수술 문화를 과잉, 공포, 근심, 우울의 하나로 만들고 있다.(중략) 개인이 점점 더 육체적인 차원에서 해소해야 하는 근본적인 근심과 불안을 가져왔다.”(71쪽)

플라스틱은 무한히 변형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끝도 없이 늘어나고,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최근 파괴점에 다다르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플라스틱을 발견했다. 다리가 무너지기 전이나 비행기 수리를 위한 경보가 된다.

그러나 ‘플라스틱 공화국’은 파괴점을 찾을 수가 없다. 대공황에도 불구하고 미용수술이 더욱 성장한 전례도 있다. 저자는 2009년 성형수술의 85%가 신용카드로 결제된다는 걸 알고 “신용 경색이 플라스틱 머니(신용카드)로 치러지는 플라스틱 미용의 종말을 고하리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틀렸다”고 고백한다. 신용 경색 타격을 심하게 입은 영국에서는 2008년에도 가슴확대와 복부성형이 30% 증가했고, 세계 각국에서 미용수술의 인기는 계속 치솟고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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