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본 세상… 연출가 6명의 특별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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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아 연극계가 기지개를 활짝 켜고 있다. 특히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는 오늘날의 시대적 과제를 바라보는 연극 연출가 6명의 특별한 시선을 펼칠 예정이다.

최근 발표한 ‘2014 시즌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 4년 연속 재공연 무대에 오르는 연극 ‘푸르른 날에’를 비롯, 창작 초연작 5편이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초청받은 연출가 6명은 이경성·배요섭·고선웅·이성열·강량원·김재엽 씨.

오는 15일 ‘남산예술센터 2014 시즌’의 문을 여는 작품은 이경성 연출의 ‘남산 도큐멘타: 연극의 연습-극장편’. 30일까지 공연되는 신작 ‘남산 도큐멘타’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남산예술센터다. 극장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인 것. 이 연출은 “드라마센터(남산예술센터의 전신)의 역사가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맞물린다는 지점에 주목했다”며 “극장 안의 고민을 어떻게 밖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드라마센터’는 1962년 극작가이자 연출가였던 동랑 유치진 선생이 건립했다. ‘햄릿’ 공연을 시작으로 힘차게 개관했지만, 재정난으로 1년여 만에 문을 닫고서 결혼식장, 미군 공연단의 재즈 공연장 등으로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한국 연극사에서 유의미한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다.

유덕형 연출의 ‘초분’, 오태석의 ‘태’ 등 센세이셔널한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한국 연극사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 연출은 “당시엔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일들이 극장 밖에서 벌어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70년대 남산은 안기부 본관이 설치돼 많은 고문과 감청 등이 이뤄진 공간”이라며 “한 동네의 어느 극장 안에서 공연과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근처 다른 곳에서는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조작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고 작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남산 도큐멘타’는 공연 전 프로그램으로 관객들과 함께 극장 주변 장소들을 살펴보는 ‘유령산책’이라는 프로그램도 마련해두고 있다.

남산예술센터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연극 ‘바후차라마타’(4월 5∼20일·배요섭 연출), ‘푸르른 날에’(4월 26일∼6월 8일·고선웅 연출), ‘즐거운 복희’(8월 26일∼9월 21일·이성열 연출), ‘투명인간’(9월 30일∼10월 19일·강량원 연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11월 4∼30일·김재엽 연출) 등 6개 작품을 올해 잇달아 선보인다.

안미영 남산예술센터 극장운영팀장은 “동시대성을 지향하고, 새로운 공연양식을 발굴한다는 두 가지 기준에 따라 창작 초연 위주로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특히 사전 제작 워크숍 등을 통해 극장과 창작단체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02-758-2150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