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테러 해결하려면 금융시스템 먼저 바꿔야

  • 문화일보
  • 입력 2014-03-1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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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제와 자본주의 문화 / 리처드 로빈스 지음, 김병순 옮김 / 돌베게

아, 사고 싶다 저 옷, 저 구두, 그리고 저 자동차! 불쑥 솟아나는 소비욕구. 현대인의 상당수가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나무랄 의도는 없다. ‘적당한 소비는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그런데 이 욕망이 식욕이나 성욕처럼 자연스러운 것일까. 온갖 ‘좋은’ 제품과 서비스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소비욕구를 별다른 저항없이 받아들인다. 모든 욕구를 채우지 못해 안타까울 뿐. 그러나 본격적인 ‘소비자’가 등장한 건 겨우 20세기 초. 즉, 소비욕구는 ‘본능’이 아니라, 자본주의 문화의 산물인 셈이다.

‘잘’살기 위해 무역과 상품 소비가 중요하다는 믿음은 서유럽에서 시작됐다. 이 믿음이 지배하는 문화와 생활방식은 미국에서 열매를 맺은 후 지난 5∼6세기 동안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세계 체계(world system)’라고 명명했다.

세계적인 인류학자 리처드 로빈스 뉴욕 주립대 석좌교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세계체계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그 체계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 게다가 그 체계가 우리 역사에서 필연적이었다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오늘날 세계체계의 확산을 초래한 원동력이 산업과 기업 자본주의였다는 점이다. 또, 이 체계의 확산이 여러 측면에서 세계를 부국과 빈국 혹은 부유한 중심부의 개발 산업화 지역과 그에 종속된 주변부 저개발 비산업화 지역으로 분리 시킨 건 주지의 사실이다. 로빈스 교수는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세계 문제’, 즉 인구증가, 기아, 빈곤, 인종차별, 종족갈등, 질병의 확산, 테러리즘, 종교분쟁 등을 야기시켰다고 주장한다.

“이제 기아가 식량 부족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식량을 살 수 없는 사람들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중략) 브라질처럼 비교적 부유한 나라들도 세계 경제로 점점 통합되면서 나타나는 빈부격차 때문에 수천 명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401쪽)

이 같은 ‘세계 체계’의 확산에는 저항이 뒤따랐다. 로빈스 교수에 따르면 정치·종교·사회적 반발, 그리고 혁명과 같은 직·간접적 형태의 다양한 저항이 존재했다. 이 지점에서 그는 또 한 번 문제를 제기한다. 자본주의가 비교적 수많은 개인에게 절대적인 안녕과 풍요를 제공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 풀지 못한 중요한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 따라서 책은 자본주의 문화가 왜, 어떻게 발전했으며 일부는 왜 그것에 저항했고, 여전히 저항하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이는 우리가 숨 쉬는 이 거대한 세계체계의 심연을 들춰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로빈스의 책이 ‘전문서’ 흉내를 내는 여타 자본주의 분석서보다 빛나는 건 역사학, 경제학, 그리고 인류학적 배경과 관점을 동시에 활용한다는 점이다. 그는 이 ‘세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역사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욕망과 필요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다’는 주류 경제학의 가정을 부정한다. 또, 인류학자답게 최소한의 개념적 이론 틀을 도입해 자본주의 문화의 핵심 구성요소(소비자, 자본가, 노동자, 국민국가)를 차례로 분석한다. 이는 독자들이 자민족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문화적 상대주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로빈스는 대안 마련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계기로 공고하던 자본주의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지만 아직 혁신적인 개혁방법은 없다. 저자는 얼마나 더 이 경제체계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일단 금융체계 개혁부터 시작하자고 말한다. 그러면서 부채와 이자 상환에 의존하지 않는 체계를 구축할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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