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직면한 한국號… 이스라엘서 배워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래경제 / 손성원 지음, 황숙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우려 등으로 세계경제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통해 경기부양책을 축소하기 시작하자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불쑥 튀어나오는 악재와 각종 변수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경제다.

저자는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저명한 경제전문가인 그는 세계경제가 2016년까지 저성장이 지속된다고 전망한다.

손 교수는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최고 이코노미스트 1위에 올랐으며 2011년에도 3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미국 웰스파고은행의 수석 부행장을 역임했고, 백악관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선임 경제학자로 연방준비위원회 및 금융 시장과 관련한 경제와 입법 문제를 담당하기도 했다. 손 교수는 경제가 저성장으로 흘러가는 이유를 ▲생산성 둔화 ▲ 출산율 하락 등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불확실성 등 3가지 요인을 들어 설명했다.

그는 먼저 대단한 혁신이 없어 생산성이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명 등 정보통신기기의 놀라운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것들은 노동시간을 크게 줄이지 못했고 획기적인 생산성 증가로도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 저자는 다만 컴퓨터와 인터넷이 음악 감상이나 TV 시청 등 생활의 여러 면을 개선시켰을 뿐이라고 말한다.

출산율 감소와 늘어나는 기대 수명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사태도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은 경제 성장에 큰 역풍으로 작용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사이 15세에서 59세의 노동인구는 2000만 명이 줄어들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의 3대 축인 미국과 유로존, 중국의 불확실성도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예산안과 부채한도를 둘러싸고 번번이 벼랑 끝 충돌을 거듭하는 워싱턴 정치인들과 유로존의 불안한 정치 리더십이 경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중국 역시 지나친 수출 의존도,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부동산 버블 등 악재가 잠복해 있어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손 교수는 한국 경제 역시 적지 않은 난관을 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증가가 열기를 잃으면서 적정 수준의 고용과 임금 상승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고, 국내총생산 대비 소비자 부채 비율은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라 내수가 탄탄하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한국이 성공을 이어나가기 위해 이스라엘에서 배울 것을 조언했다. “한국의 군대와 기업은 경직된 규율과 소위 ‘대장 따라하기’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실패가 좀처럼 용인되지 않는다. 실패에서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높아 기업가들은 처음부터 리스크를 피하는 데 급급하다. 이러니 새로운 IT 벤처가 뿌리내리고 창조적인 경제를 성공적으로 형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손 교수는 이와 반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장군이든 기업 CEO든 심지어 총리든 가리지 않고 할 말이 있을 때는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며 “이스라엘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고 또 시도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해서 낙담할 일이 아니다. 실상 수차례의 실패 경험이 없는 기업가는 관심을 끌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저자는 또 원화 가치와 관련해 일본 엔화보다 고평가됐다며 평가절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원화가 엔화 대비 고평가되었다는데 이견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단언하면서 “한국의 무역이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과 이뤄지는 만큼 한국은행은 원화가치의 평가절하를 도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