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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14년 03월 14일(金)
‘일본판 황우석’ 미녀 과학자 ‘만능줄기세포 쇼’ 끝
1월28일 “만능 줄기세포 개발”…“논문 철회” vs “약간의 실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지난 1월 28일 일본 고베(神戶)의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 단정한 원피스 차림에 귀여운 앞머리를 한 미모의 여성이 몰려든 기자들에 둘러싸인 채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었다. 이화학연구소 소속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30·사진) 연구주임은 이날 인간 신체를 구성하는 어떤 세포로도 자라날 수 있는 만능 줄기세포를 아주 간단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국제적인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오보카타는 체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25분간 담그는 것만으로 ‘스탭(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 자극 야기 다능성 획득)’ 세포로 명명된 신형 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기존의 유도만능 줄기세포에 비해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데다 제작 방법도 간단해 인류의 역사를 바꿀 획기적 발견으로 평가받았다. 이튿날인 29일엔 권위있는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일본 언론들은 ‘만능세포 대변혁, 세계가 흥분’ ‘생물학계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는 평가와 함께 오보카타의 연구 성과를 대서특필했다. 오보카타는 “실험실에서는 늘 할머니가 주신 앞치마를 입고 실험한다” “멋을 내는 것을 좋아하고 학창시절부터 미인이었다”는 에피소드가 보도될 정도의 ‘연예인급’ 명사가 됐다.

상황이 반전된 건 불과 보름 만인 2월 13일이었다. 인터넷 과학사이트 등에서 “논문에 부자연스러운 이미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시작이었다. 급기야 지난 10일에는 논문 공동저자인 와카야마 데루히코(若山照彦) 야마나시(山梨)대 교수가 “확신을 못 하겠다”며 논문 철회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환호했던 일본 여론도 싸늘하게 돌아섰다.

입장을 밝히지 않고 버텼던 오보카타는 14일 논문 철회 요청에 동의하고 이 같은 입장을 소속 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를 통해 발표하기로 했다. 젊은 여성 과학자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일본판 ‘황우석 사태’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 골수 세포가 스탭 세포로 둔갑? = 논란의 핵심은 네이처에 실린 논문 속의 스탭 세포 조직 사진이 2011년 오보카타의 박사 논문에 실린 골수세포 사진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박사 논문에서 골수 세포를 배양한 것으로 설명됐던 사진이 이번 논문에서는 체세포에서 만들어진다는 스탭 세포로 둔갑했다는 의혹이다.

스탭 세포의 특징은 ▲어떤 신체기관으로도 자랄 수 있는 만능성을 갖고 있고 ▲일반적인 체세포에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탭 세포에서 만든 근육, 장(腸) 조직의 사진이 가짜라면 스탭 세포의 존재 자체가 부정될 수밖에 없다. 논문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공동저자 와카야마 교수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세포가 여러 가지로 분화할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사진이기 때문에 (가짜라면) 연구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며 “내가 실험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NHK는 데이터 보안 회사의 분석을 인용해 “스탭 세포 논문에 실린 사진은 직접 촬영된 자료가 아니라, 종이 문서를 스캔하는 등의 방법으로 영상 자료화한 뒤 잘라 붙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제가 된) 사진의 상단 부분에 다른 사진의 일부로 보이는 보라색의 선이 들어가 있다”고 보도했다.

◆ 박사논문도 표절 … 학위 취소 거론 = 스탭 세포 논문 조작 의혹은 오보카타의 연구 역량, 진실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논문 날조와 연구 부정’이라는 이름의 트위터 계정은 오보카타가 2011년 와세다(早稻田)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의 상당 부분이 미국 국립 보건연구소가 웹사이트에 올려놓은 ‘줄기세포의 기초지식’ 내용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부분은 총 108쪽의 논문 가운데 5분의 1에 가까운 20쪽 분량에 달하며 인용 출처가 명시돼 있지 않다. 심지어 박사논문의 참고자료를 정리한 목록조차 다른 논문에서 베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사논문의 본문에는 인용표시가 없는데, 참고문헌 목록에는 인용을 했다는 잡지이름, 저자 등이 표시돼 있고 이 부분이 2010년 대만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의 참고문헌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복사·붙여넣기한 것일 수 있다”며 “학위 취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오보카타 “논문 철회 동의” =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오보카타의 지도 교수이자 스탭 세포 논문 공동저자인 찰스 버캔티 하버드대 교수는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우리의 발견과 성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있다”며 반론을 폈다.

버캔티 교수는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논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면서 “이렇게 중요한 논문이 동료의 압력으로 철회된다면, 굉장히 슬픈 일”이라고도 했다. 과학계에서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여성 연구자에 대한 동료들의 정치적 압박이 의혹제기로 이어졌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논문을 게재한 네이처, 이화학연구소가 조사에 돌입하면서 오보카타를 포함한 논문의 주요저자 4명 중 3명은 논문을 철회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학연구소 측은 주요 저자 중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버캔티 교수를 설득해 논문을 철회한다는 계획이다.

1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화학연구소는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탭 세포의 존재, 만능성에 대한 증명이 과학적으로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실험을 다시 시도해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논문으로 다시 작성하겠다는 목표”라고 밝힐 예정이다.

네이처의 경우 논문 철회는 원칙적으로 주요 저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편집장의 판단으로 동의하지 않는 저자의 이름을 밝힌 뒤 철회할 수도 있다.

논문이 철회되면 국제 학술 데이터베이스에 ‘철회했다’는 주석이 달리고 연구 결과는 백지화된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단순 실수라면 수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수정이 되면 논문의 성과는 남게 된다”면서 “철회는 과학자로서의 업적과 소속기관의 신뢰성이 크게 손상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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