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앞두고 정확히 50년 전 서독에서 ‘눈물’로써 파독 간호사·광부 등과 애환을 나눴던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방독기가 주목을 끌고 있다. 육 여사가 당시 서독에서 한국인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병원을 찾아 아기를 품은 채 웃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앞두고, 50년 전, 고 육영수 여사의 방독기가 공개됐다. 방독기에는 육 여사가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만나 눈물을 나눴던 심정부터 선진국 독일에 대한 부러움, 호텔 세면실까지 꼼꼼히 살피는 여성으로서의 섬세함 등이 담겨 있다. 약소국의 설움을 안고 눈물을 흘렸던 어머니의 마음은 이번 박 대통령의 방독에 자극제이자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독일 방문은 시작부터 남다른 여정인 것이다.
육 여사는 ‘로렐라이의 전설을 꿈꾸며’로 시작되는 방독기에서 독일을 ‘소녀시절부터 즐겨 읽은 하이네의 시 속에 곱게 흐르는 라인강’으로 표현했다. 육 여사는 그러면서도 “나의 입장이 결코 개인의 위치로 해석될 것이 못 된다는 자각으로써 스스로 위로를 하곤 했다”며 독일 방문의 목적을 되새기곤 했다.
육 여사의 방독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파독 광부 및 간호사와의 만남이다. 1964년 12월 10일 탄광촌을 방문하기 전 육 여사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좀 더 따뜻한 손길과 부드러운 웃음, 포근한 인정을 나누어 줘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고 밝혔지만, 곧이어 안타까운 심정으로 뒤바뀐다.
육 여사는 광부들과 간호사들을 마주한 장면을 떠올리며 “웃음을 주고 위로를 주겠다고 그렇게도 마음속으로 단단히 생각했던 나의 계획은 엉뚱하게도 그들을 대하는 순간, 검은 눈동자와 황색 피부의 낯익은 우리 젊은이들의 환성 속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아프도록 가슴이 맺혀 오는 무엇인가 뭉클한 감정이 솟아오르며 시야가 뽀얗게 흐려지는 것이었다”고 표현했다.
방문기 곳곳에 드러난 육 여사의 심정은 ‘선진국 독일에 대한 부러움’과 ‘약소국 영부인이 갖게 된 다짐’이다. 루르 탄광지대에 들어서서는 “유명한 정유공장인 이곳 회사의 기술과 자재로 우리 한국 울산에도 정유공장이 세워졌다는데, 그것은 이 규모의 몇 분의 일이나 되는 공장일까”라며 독일 공업을 부러워했고, 여자실업학교를 방문한 후에는 독일의 충분한 공부여건을 강조하면서도 “우수한 두뇌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학생들도 이만한 조건하에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들보다 못하란 법은 없지 않겠는가”라며 다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방독기에는 독일과 같이 한국도 경제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육 여사의 절실함이 담겨 있다. 방독 일정의 마무리 소감에서 육 여사는 “전쟁 직후 패전국으로서 1인당 한 달 식량의 40%밖에는 생산하지 못하던 실정에 놓여 있었고, 그 외의 생산품은 열거할 가치도 없이 미미하던 독일이었지만 지금은 3세대당 1대씩의 자가용과 TV를 지니고 있으며, 누구나 힘껏 노력하고 일하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생활환경을 지닌 나라가 되었다”며 “이는 독일인들이 10년 먹을 것을 벌어놓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는 정신 아래 무서운 절약과 피나는 내핍으로 이룩한 것으로, 남의 나라 것을 무조건 본받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잘살기 위해서 배워둬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기록돼 있다.
육 여사는 “쇠붙이 하나하나까지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게끔 섬세하게 꾸며진 시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독일인의 실용성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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