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티지 “日, 위안부 해결않으면 美·日동맹도 문제”

미국의 대표적 지일파 인사로 통하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향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배상과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일본이 돌아왔다’는 아베 총리의 취임 초기 발언에 대해서도 “일본이 어디로 돌아왔다는 의미냐”라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북·일대화 재개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표명했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의 이 같은 비판은 아베 정권에 대한 미국 주류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지난 21일 워싱턴 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미·일 안보’ 세미나에서 “일본에게는 피로하고 식상한 이슈로 여겨질 수 있지만 위안부 문제는 이대로 진행돼서는 안되고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인도주의적 차원을 넘어서는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위안부 출신 여성들은 한국에서 지금 (나이가 들어)죽어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미국의 흑인 인종차별과 일본인 강제 수용의 역사를 거론하면서 일본 정부도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미국은 흑인들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대해 사과를 했고 앞으로 오랫동안 그렇게 할 것”이라며 “미국은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들에게 가한 행위에 대해서도 사과했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는 이슈”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 이후 일본계 미국인 12만여 명을 캘리포니아주의 11개 수용소에 격리 수용했었던 과거를 지난 1976년 사과했다. 또 1988년에는 강제수용 생존자 6만여 명에게 1인당 2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너무 커서 일본이 지난 70년간 이뤄온 커다란 관용과 성취, 인권옹호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일 동맹 신뢰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베 총리는 ‘일본이 돌아왔다’고 했는데, 어디로 돌아왔다는 의미냐”라면서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의 북·일 대화 재개와 관련해서는 “북한과의 대화가 비핵화와 6자회담에 방해물이 되어서는 곤란하며 사전에 (6자회담)참가국들에게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2005년에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했고 미·일동맹 강화를 역설한 아미티지 보고서를 작성했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