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외치는 ‘망가진 세상’서 ‘참된 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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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의 대화 / 톰 새디악 지음, 추미란 옮김 /샨티

영화 애호가 중에는 저자 이름에서 친근함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짐 캐리 주연의 1994년작 코미디 영화 ‘에이스 벤츄라’를 비롯해 히트 영화 ‘너티 프로페서’ ‘라이어 라이어’ ‘패치 아담스’ ‘브루스 올마이티’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의 스타 감독이다.

코미디 영화 감독이 펴낸 이 책은 그러나 저자의 영화처럼 요절복통의 코믹스토리가 아니다. 벙거지를 쓴 덥수룩한 수염의 저자가 등장하는 책 표지에 기록된 부제가 ‘돈만 외치는 망가진 세상에서 두려움없이 나로 사는 법’이다.

영화 한 편당 수십억,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부와 명성을 거머쥔 그는 ‘제대로 산다는 것’이란 화두를 파고들었다. 파격적으로 돈을 벌게 되고 큰 집과 예술품이며 가구를 사들였으나 그렇다고 기분이 좋지도 옳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인생이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균형을 잃게 됐고, 자신에겐 축복인 돈이 주변 사람의 결핍이나 불공정에 관련되거나 심지어 그 원인이라는 사실을 의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저자는 소유와 수익, 내것만 추구하는 사고방식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리고 ‘진짜 삶’에 다가서기 위해 자문자답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선과 악, 또는 이상과 현실의 상징처럼 상반되는 자신 속 두 마음의 갈등과 상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책에선 ‘망가진 세상’ ‘남의 불행을 즐기다’ 등의 항목별로 자신의 직간접 경험과 더불어 매 항목마다 ‘두려움’과 ‘진리’ 사이의 대화를 통해 두 마음의 갑론을박이 실감나게 펼쳐진다.

‘삶이란 불공평한 거야’vs‘우리가 평등하게 바꿀 수 있어’, ‘부족해 더 노력해’vs‘이미 충분해’, ‘꼭 이겨야 해’vs‘더불어 하나로’… 두 마음의 대화에서 ‘두려움’은 욕망과 이기심을 부추기는 듯 달콤한 유혹을 건네는 반면, ‘진리’는 병든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 지금의 ‘너’를 포함한 사람임을 일깨운다. ‘진리’와 ‘두려움’의 대화를 통해 저자는 강한 자극의 두려움을 떨쳐내는 가운데 ‘뜻깊고 즐거운 삶’에 다가설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익히 알고 있는 종교적 교훈, 행복론과 또 다르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세상을 포용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이 책은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 관한 책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이냐에 대한 책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된다.” 저자는 책 말미의 ‘너는 누구인가?’라는 항목에서 “자신을 채찍질하기보다 스스로를 더 많이 보기 바란다”고 자신의 경험을 요약한다. 책의 원제가 가전제품의 상품설명서처럼 ‘인생 사용설명서(Life Operating Manual)’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