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에 강제로 갇혔다” 4년새 10배 급증

  • 문화일보
  • 입력 2014-03-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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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에 거주하는 김모(56) 씨는 지난 2월 느닷없이 서울 강북구에 있는 한 알코올의존증 치료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아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집에 들이닥쳐 김 씨를 강제로 차에 태운 뒤 차로 5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 시내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기 때문이다.

‘알코올의존증’이라는 병명으로 입원하게 된 김 씨는 외부와의 전화통화나 면회가 모두 제한됐다. 김 씨의 여동생(47)이 갑자기 사라진 오빠의 행방을 찾은 끝에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고 여동생은 같은 달 서울북부지법에 김 씨의 인신보호 구제를 청구했다.

아내는 재판정에서 “남편이 시도 때도 없이 술을 마셔 가정생활이 불가능해 입원시켰다”고 주장했지만 전문의는 “김 씨는 알코올의존증이 아니다”고 아내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법원은 지난 14일 전문의의 진단 결과를 받아들여 구제 청구를 수용했고 김 씨는 아내에 의해 병원에 갇힌 지 20여 일 만에 빠져나오게 됐다.

한모(80) 씨는 경기 이천시의 한 정신병원에 갇혀 8개월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끔찍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습관적으로 돈을 요구해 수년간 연락을 끊고 지내던 아들이 건장한 남성 2명과 함께 찾아와 간이침대에 묶은 뒤 ‘기억력 저하 정신증’이라는 병명으로 병원에 강제로 감금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씨의 지인이 인신보호 구제 청구를 신청해 겨우 병원 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28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25건에 불과했던 인신보호 구제 청구건수는 지난해 350건으로 5년 새 13배나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1∼2월 두 달 동안에만 56건의 청구가 법원에 접수됐다. 인신보호제도는 형사사건에서 체포·구금 등 인신구속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구제 절차지만 억울하게 정신병원이나 알코올의존증치료병원 등에 강제수용되는 경우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 들어 재산 다툼이나 불륜 등 가족 간 불화를 겪다 정확한 의사의 진단 없이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 등에 강제 감금된 피해자들의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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