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버리고 간호사 길 선택… ‘행복한 삶’ 고민 많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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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나이팅게일’ 출간 문광기씨

“불현듯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생을 사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내가 행복한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바로 사표를 냈습니다.”

‘미스터. 나이팅게일’(김영사)의 저자 문광기(37·사진) 씨는 대기업 사원 3년차에 접어들던 어느 날 회사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는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직장이었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문 씨는 그 길로 간호대학에 편입했다. 한국에서는 여성의 직종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편견과 그가 가진 경제학 석사 학위 때문에 집안과 지인들의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문 씨는 3년간의 간호대학 생활, 국가고시를 거쳐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7년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문 씨의 이런 남다른 선택은 여행길에서 얻은 깨달음의 영향이 컸다. 문 씨는 “여행을 통해 각국의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과 행복한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며 “그에 비해 우리나라 남성들은 자신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적성과 상관없이 최대한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또 생계와 승진을 위해 일에 몰두하는 밥벌이의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며 “당시 책상 건너편의 과장이 내 10년 후의 모습일 텐데,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중 문 씨는 중국 여행 에서 미국인 간호사 기욤 씨를 우연히 만나면서 ‘아픈 사람을 돌보고, 개인적 여유도 가질 수 있는 ‘미국 간호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문 씨는 “일에서 얻는 만족감만큼이나 여가시간을 통한 휴식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직업을 하나의 신성한 의무처럼 생각하고 중압감에 시달리는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그는 확연히 벗어나 있었다.

문 씨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중환자실에서 일을 하다보니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온 분들을 많이 만나요. 그런데 돈과 명예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대부분 하시는 말씀은 ‘치열하게 살았지만 내 행복에는 너무 무관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를 만들고 깊이 자신의 행복에 대해 고민을 했으면 합니다.” 그가 ‘미스터. 나이팅게일’을 출간한 이유도 사람들과 이런 생각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문 씨는 현재 미국으로 건너가려던 계획을 접어둔 상태다.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은 미국보다 여유가 없고, 보수도 적지만 이곳에서 꼭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문 씨는 “간호사를 꿈꾸거나 자신의 꿈을 찾아 직업을 바꾸려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조언하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며 “먼저 ‘다른 사람의 눈은 신경 쓰지 마라’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