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평택항 “우리가 수도권 허브 항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천항(왼쪽)과 평택항(오른쪽) 간의 벌크 화물(곡물, 석탄, 원유처럼 포장하지 않고 운반하는 화물) 처리량 격차는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컨테이너 화물 처리량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인천항만공사·평택항만공사 제공

인천과 경기 평택 간의 수도권 중심 항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두 도시는 항만과 노선 증설, 배후단지 개발, 화물 수주, 해외 마케팅 등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우선 인천항은 벌크 화물(곡물, 석탄, 원유처럼 포장하지 않고 운반하는 화물) 처리량에서 평택항을 앞서고 있으나 벌크 화물이 지난 2011년 1억1489만4255t, 2012년 1억1076만2320t, 지난해 1억951만7507t으로 전년보다 각각 3%, 3.6%, 1.1% 줄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평택항의 벌크 화물은 2011년 4587만8658t, 2012년 4770만3573t, 지난해 5314만8364t 등으로 각각 전년보다 39.6%, 4%, 11.4% 증가했다.

이처럼 인천항의 벌크 화물은 매년 감소하는 반면 평택항의 벌크 화물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평택항이 벌크 화물 처리량에서 인천항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평택항의 벌크 화물 처리량이 증가한 이유는 차량, 양곡, 동식물성 생산품 등의 물동량이 늘어나는 데다 인천항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상대적으로 비싼 항만이용료 등으로 인해 평택항으로 이전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 연구팀에 따르면 인천항을 이용하던 기타 광석 및 생산품, 화학공업 생산품 등은 평택항으로, 비료, 양곡, 원목, 차량 및 부품 등은 군산항 등으로 지난 수년간 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앞으로 인천 내항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 벌크 화물의 평택항 등으로의 이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벌크 화물과는 달리 컨테이너 화물 수주 경쟁에서는 인천항이 평택항과의 차이를 갈수록 벌리고 있다.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216만797TEU(1TEU =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사상 처음으로 200만TEU를 넘어섰다. 또 수년 내 300만TEU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평택항은 지난해 51만8686TEU를 기록하는 등 매년 51만∼52만TEU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내년 6월까지 송도국제도시에 부두 길이 1.6㎞에 달하는 컨테이너 전용부두 6개를 갖춘 ‘인천 신항’ 1단계 공사를 완공하는 등 지속적으로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늘릴 계획이어서 앞으로 인천항과 평택항 간의 컨테이너 물동량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김춘선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인천항의 입항료, 시설사용료, 보관비용, 내륙운송비용, 하역비용 등이 다른 항구보다 비싼 게 인천항 벌크 화물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며 “앞으로 인천항은 컨테이너 중심의 항만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항은 한·중 카페리 노선 수주 측면에서도 평택항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항은 현재 칭다오(靑島) 등 11개 중국 해안도시를 오가는 카페리 노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평택항은 웨이하이(威海) 등 3개 중국 해안도시를 오가는 카페리 노선을 운영 중인데 앞으로 노선 수를 꾸준히 늘려갈 방침이다. 여기에 충남 서산 대산항도 조만간 한·중 카페리사를 유치할 계획이어서 한·중 카페리를 둘러싼 서해안 도시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항만의 배후단지 개발 및 하역사 입주 경쟁도 불꽃을 튀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 신항의 배후단지를 200만㎡ 이상 규모로, 평택항만공사는 평택항 배후부지를 100만㎡ 규모로 각각 조성 중이다. 이 중 평택항 배후부지에는 이미 13개 하역사 등이 입주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두 항만의 시설 확장과 화물 수주위주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두 항만이 지나치게 외형적인 성장 경쟁 등에 집착할 경우 해외 화물 수주 등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내 항만들이 해외 화물 수주를 위해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을 벌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홍섭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는 “크게 보면 인천항과 평택항은 하나의 항구로 볼 수 있다”며 “두 항만이 윈-윈(Win Win)할 수 있도록 서로 보완 및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이상원·평택=송동근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