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장동민의 王의 병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숙면 못취하면 오래 자도 낮에 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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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도 피지만, 여기저기 꾸벅꾸벅 조는 사람도 많아진다. 아닌 게 아니라 따뜻한 양지 볕에 누워 있는데 산들바람까지 불어오면 잠이 솔솔 쏟아진다. 그런데 이렇게 피곤하고 조는 증상은 다른 계절에도 많이 나타나는데, 왜 유독 봄에만 ‘춘곤증(春困症)’이라는 병명이 생겼을까? 봄의 피곤함은 다른 계절과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봄이라는 계절의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봄은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춘곤증과 관련 있는 것은, ‘봄은 모든 기운이 위로 올라가는 시기’라는 것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새순과 새싹도 파릇파릇 돋아나고, 개구리도 펄쩍 뛰어오른다. 심지어 여기저기서 아지랑이도 피어오른다.

이렇게 만물의 기운이 왕성해지고 위로 솟아오르기 때문에, 반대로 이렇게 위로 솟아오르지 못하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아래로 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도 겨울에 미리 양기를 비축하고 기운을 길러놓지 않았을 때는, 봄이 되었을 때 미처 주변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조 31년 3월 12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어의와 신하들이 왕이 앓고 있는 ‘근골(筋骨)이 몹시 무거운 듯하고 다리 힘이 약해져 똑바로 설 수가 없는’ 증상의 원인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그 원인을 보면, “추울 때 피로가 쌓여 근골이 상했는데, 봄기운이 피어오르자 한습(寒濕)한 기운이 간(肝)과 신(腎)의 경락에 동한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즉 겨울철에 제대로 건강관리를 하지 않았던 것이, 봄이 되자 병증으로 나타났다고 얘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춘곤증의 또 다른 원인 중의 하나는 수면부족이다. 지난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그 다음날 꾸벅꾸벅 조는 것은 당연하다. 정종 1년 3월 13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임금이 신하에게 이르기를, “과인은 본래 병이 있어서, 잠저(潛邸) 때부터 밤이면 마음속으로 번민하여 자지 못하고, 새벽에야 잠이 들어 항상 늦게 일어났다. 그래서 여러 숙부와 형제들이 게으르다고 하였다. 그런데 즉위한 이래로 경계하고 삼가는 마음을 품어서 병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였는데, 근일에 다시 병이 생겨서 마음과 기운이 어둡고 나른하며, 피부가 날로 여위어진다”고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종이 봄철에 나른하고 허약해졌는데, 이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수면(睡眠)은 낮에 활동하기 위해서 밤에 미리 충전해 두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수면시간이 부족하거나, 충분한 숙면(熟眠)을 취하지 못했을 때는 다음날 피곤하고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오래 잤더라도 숙면을 취하지 못해 자주 깨거나 꿈을 많이 꾼 경우에는, 그야말로 제대로 충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오래 사용한 휴대전화 배터리의 충전능력이 떨어져서 밤새 충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다 방전되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거나 몸에 열이 많이 있는 경우에는 숙면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직업적으로는 밤낮이 바뀐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결국 춘곤증은 충분한 수면이 이루어지지 않아 피로가 누적되었거나, 지난 겨울에 에너지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홀로 기운이 상승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늘땅한의원장 www.okskyl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