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수방사·경호실 뭐했나” 北무인기 ‘인책요구’ 갈수록 확산

청와대 상공을 포함해 방공망이 뚫린 북한 무인기 사태와 관련해 여야 정치권이 본격적인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군 주요 지휘관과 청와대 경호실장 인책론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간첩의혹 혐의를 받던 유우성 씨 증거조작 사건의 책임을 지고 서천호 국가정보원 2차장이 사퇴한 것을 계기로 “안보 구멍과 관련해선 왜 책임지는 모습이 없는가”라는 측면에서 무인기 관련 인책론은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5일 “만약 북한 항공기가 기술적으로 향상됐다면 우리는 어떻게 됐겠는가”라며 “2010년 북한의 핵 경량화를 알면서도, 또 무인항공기가 청와대를 찍어 가는 것을 알면서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박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북한정책포럼’에 참석해 “(삼척 무인기는) 심마니에 의해 신고됐기 때문에 차라리 심마니 10만 명을 양성하면 무인정찰기를 잡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꼬집었다.

여권은 특히 군 당국이 북한의 소형 무인기에 의해 청와대 경내까지 촬영되는 사상 초유의 안보 공백에도 문책이 따르지 않을 경우 야권이 제기하는 ‘안보 무능’ 공방의 유탄을 맞을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군 당국이 문책을 머뭇거리는 사이 무인기 사태의 여파는 점점 확대되는 형국이다.

군 안팎의 책임론은 국군기무사령관과 수도방위사령관, 청와대 경호실장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군 내에서도 이재수(육사 37기) 기무사령관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무인기의 대공 용의점을 조기에 보고하지 않고, 백령도에서 두 번째 무인기가 발견된 후에야 ‘늑장보고’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이 기무사령관은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결론이 나지 않아) 보고할 단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기무사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보고가 지연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군 고위 관계자는 “대공 용의점 판단에 따라 군의 대응 태세가 결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기무사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경호를 책임지는 김용현(육사 38기) 수방사령관과 박흥렬(육사 28기) 경호실장으로도 책임론이 번지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