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수사>‘책임경영’ 의지없는 롯데오너家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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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 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롯데그룹 오너가(家)가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속속 물러나는 것을 두고 ‘책임 경영’은 도외시한 채 경영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동시 사퇴한 롯데로지스틱스의 경우 내부 거래 비율이 90%가 넘어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등기이사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지난 3월 26일, 신 회장은 3월 24일 롯데로지스틱스 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났다. ‘비상무 이사’는 등기이사로 이사회에는 참석하지만 상근하지는 않는다. 같은 달 신 총괄 회장의 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아들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함께 같은 회사의 비상무이사에서 물러났다. 업계 안팎에서는 신 회장 일가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롯데로지스틱스가 롯데그룹의 숨은 ‘뇌관’이란 얘기까지 돌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롯데로지스틱스 매출의 93% 가량은 롯데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다. 특히 코리아세븐·바이더웨이·롯데쇼핑 3곳에서 발생한 매출이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코리아세븐은 바이더웨이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고, 코리아세븐의 최대주주는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의 대주주는 지분율 14.59%의 신동빈 회장이다.

공정거래법은 친족이 계열사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과징금은 물론, 등기이사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문제점이 있을 경우 법인이나 등기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게 되고, 이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등기이사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지원 계열사와 수혜 계열사 사이에 과도한 내부거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면 회사 이득을 도모해야 하는 임무를 위배한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 업무상 배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신 회장 일가의 등기이사 사퇴를 두고 시민사회단체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장은 “비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며 리스크는 회피하고, 배당만 받겠다는 것은 주식회사 경영의 기본인 ‘책임 경영’을 도외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말 신 총괄 회장은 롯데리아, 신 회장은 롯데닷컴·롯데알미늄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 부자가 등기이사에서 사퇴한 것은 일감 몰아주기 문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그룹 계열사의 신규 사업 강화와 전문 경영인의 등기이사 등재를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