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걸레질’ 캔버스 그림이 되다

  • 문화일보
  • 입력 2014-04-1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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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장 벽면의 액자그림은 미술작가 김홍석 씨의 주문대로 일용직 근로자들이 종이와 캔버스에 줄을 긋고 색을 칠한 ‘작품’이다. 국제갤러리 제공


전시장에서 ‘비미술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전통적인 의미의 미술작가뿐 아니라 미술동네와 거리가 먼 비전공자들이 미술관과 화랑으로 대거 진출한 ‘나도 미술작가’시대다.

예술가와 협업을 시도하는 학자의 아이디어와 자료를 비롯, 일용직 근로자들이 줄을 긋고 색을 칠한 ‘작품’들이 본격적인 전시공간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국제갤러리에서 오는 5월 11일까지 열리는 다매체설치작가 김홍석 씨의 ‘블루 아워스(Blue Hours)’전에선 작가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다. 전시장 중앙의 설치작품이며 벽의 그림들은 김 씨가 구상했지만 실제로 색과 형태를 완성한 제작자는 김 씨가 시간당 임금을 지불하고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들이다.

전시작 중 가로 세로 1.2m의 캔버스 그림은 김 씨가 직접 색을 칠한 뒤 일용직에게 걸레질을 부탁해 부분부분 색을 지워낸 일명 ‘걸레질 회화’다. 도장공에겐 흰 전시장 벽면에 위에서 아래로 수직의 검은 선을 반복해 그어달라고 했다. 청소전문 노동자에게는 흰 종이를 펜으로 선을 그어 메우거나, 흑백 물감이 교대로 드러나도록 칠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걸레질 회화’의 제작 방식대로 철제 캐비닛의 거죽을 거친 수세미로 닦아내 캐비닛의 올록볼록한 요철부분에 은은한 광택을 살려낸 것도 일용직들이다.

이번 전시작은 일용직 노동자의 손을 거쳐 제작됐으나 전시장에선 ‘김홍석의 작품’이다. “과연 전시작은 누구의 작품인가”와 더불어 “기획과 제작의 공정이 별도인 현대미술, 작가에 집중하는 관람 방식에 이의를 제기한다. 김 씨의 전시장에선 익명의 ‘비미술가’들이 일당만큼 치열하게 주문 생산한 수공의 산물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5월 9일까지 열리는 ‘다이내믹 스트럭처 앤드 플루이드(Dynamic Structure & Fluid)’전의 주인공은 미디어아트 작가와 과학자들이다.

이번 전시는 김경미 뉴미디어아트연구회 대표와 홍성욱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의 제안으로 진행됐다. 국내 미디어아티스트 7개 팀(10명)이 과학자들과 만나 수리학, 물리학 이론을 토론하고 영감을 받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 7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대해 홍 교수는 “천체학, 수학, 물리학 등의 학문을 통해 시공간을 이해하고 다가서기도 하지만 이번엔 과학이론과 시각예술이 융복합하는 새로운 창작을 실험했다”고 밝힌다.

전시작 중 전상언의 작품 ‘플라토닉 괘’는 불·흙·하늘·물을 상징하는 정 4·6·12·20면체가 조명에 따라 변신한다. 또 신믿음, 이재옥, 최지원의 ‘차원위상변환장치’, 이상민의 ‘숨겨진 공간’ 등 전시작은 용어가 낯설지만 기하학적 구조, 수학, 우주과학의 원리가 작품을 통해 색면의 변화와 구조를 드러내며 현대미술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이 밖에 9월 2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막 올리는 격년제 미디어아트기획전 ‘미디어시티서울 2014’에는 출품작가 중 원로 교육학자 김인회 씨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박찬경 예술감독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영상, 사진, 회화, 설치뿐 아니라 문화인류학적 자료 등까지 전시 대상을 넓혔다”면서 “공공의 전시공간에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한편 다양한 볼거리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제8회 미디어시티서울에는 배영환, 양혜규, 최원준, 민정기 씨 등 한국 작가 10여 명 외에 일본의 다무라 유이치로, 베트남의 딘 큐 레 등 10여 개국 작가 30여 명이 출품한다.

신세미 기자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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