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골프 이야기>“美서도 갑·을 관계 따라 ‘눈치보는 접대골프’ 다반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유제 회장이 12일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웨스트레이크골프장 18번홀 그린 주변에서 웨지샷을 하고 있다.

오유제 US홀딩스 회장

오유제(60) US홀딩스 회장은 매년 4월 둘째주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서 회원 못지않게 자주 라운드하는 인물이다.

오 회장 자신은 이곳의 회원은 아니지만 회원들과의 돈독한 친분 덕에 자주 찾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목표 중 하나가 한국은 물론 동양인 최초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 회원이 되는 것이다. 그는 “내가 운영하는 회사에는 오거스타내셔널의 한 회원이 임원으로 활동 중”이라면서 “가끔 그와 라운드를 하면서 다른 회원들과 친분을 쌓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면 누구보다 바쁘다. 그는 마스터스를 전후해 대회장을 누비며 ‘비즈니스’를 개척하기 때문이다.

그는 골프와 인연을 맺은 지 30년이 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코스트대학 대학원 국제경영 석사과정을 다니던 그는 동료 학생, 교수들과 함께 15달러면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코스를 자주 찾았다. 유학 중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형이 미국에서 폴리에스터 원료를 찾아 달라고 했고, 이때부터 직장생활 대신 사업을 시작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정착했고, 이후 조지아주의 애틀랜타와 오거스타 지역을 오가며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도 ‘접대’는 다반사로 있다고 했다. 한국처럼 술을 함께 마시는 것보다는 골프나 테니스 등 사교모임이 접대인 셈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좋은 회원제 골프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는 10년 전 애틀랜타 지역의 명문 중 하나인 체로키 컨트리클럽 회원이 됐다. 동양인인 그가 회원이 되기까지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멤버 입회공고를 거친 뒤 세 차례 면접을 거쳤다. 멤버가 되기 전 함께 라운드를 해야 하고, 골프 기량보다는 매너와 사회적 평판을 먼저 보며, 심지어 부부동반으로 초청돼 멤버들 앞에서 사교성도 본다. 이때 멤버 중 단 한 명만 반대해도 거부된다.

그는 오거스타 지역의 3대 명문인 웨스트레이크골프장에도 멤버가 됐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골프문화에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골프가 재미와 놀이, 아기자기함이 있다면 미국은 부킹 없이도 즐길 수 있는 편한 곳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기업운’은 있지만 ‘골프운’은 따르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30년 동안 70대 스코어를 기록하지 못했고, 홀인원이나 이글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회사의 기반을 잡고도 시간이 모자라 한 달에 2∼3차례 골프장을 찾는 게 고작이다. “골프장에서 골프를 잘 쳐야 한다. 그러지 못해 신바람이 나지 않지만, 지금도 드라이버를 230m 이상 날리는 것을 보면 소질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다”며 ‘실전’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자평했다.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지난해 체로키골프장에서 기록한 82타다. 평소 같았으면 파 하기도 버거웠던 홀들이 그날따라 신들린 것처럼 12개홀에서 파 온을 했다. 전반에 버디 2개를 뽑아낸 그는 기록을 의식하면서 막판에 더블보기와 보기를 양산하는 바람에 종전 기록을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그는 비기너 때 3∼4년 정도 집중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요즘도 라운드하고 나면 실망감만 안고 온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골프 실력은 한인들과 치면 하수지만 미국인들과 쳤을 땐 중상위권에 드는 편이라고 했다.

미국인들은 악착같이 하지 않고 설렁설렁 즐기면서 치는 편이지만 게임의 재미와 정성을 위해 ‘1달러짜리’ 작은 내기만 걸려도 진지하게 몰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교민들은 미국에서도 악착같이 치는 편이어서 골프실력이 그만큼 뛰어난 편이라고 전했다.

그의 라운드 동반자는 주로 미국인들로 10번 중 7∼8번은 골프장 회원들이나 거래회사 사람들과 어울리는 편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갑’과 ‘을’이 존재하는 만큼 눈치껏 라운드를 해야 하기는 한국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인근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재활용품 가공 업체인 US파이버스를 한국의 여느 대기업에 버금가는 규모로 키워내면서 지역 유력 인사가 됐다. 미국 동남부무역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외국기업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경제대사로 위촉됐고, 남부 지역 한인으로는 유일하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화제의 인물이 됐다.

그는 또 미국 내 3대 도시인 애틀랜타에 US홀딩스라는 국제투자유치 회사도 세워 중국 자본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앞으로 후손 몇 대가 쓰고도 남을 재산을 모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연간 매출 10조 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 그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골프는 잘은 못 쳐도 즐길 수 있고, 골프를 시작하면 다른 스포츠를 팽개칠 정도 매력이 있는 운동임에 틀림없다는 게 그의 골프관이다. 그는 사업도 궤도에 올라선 만큼 앞으로 골프도 사업처럼 집중력과 승부욕을 갖고 임할 계획이다. 그동안 아껴두었던 이글을 비롯해 홀인원, 싱글, 언더파까지 골프기록을 즐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오거스타=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오유제 골프 프로필

▲입문 = 1984년

▲비거리 = 230m

▲기록 = 베스트 스코어 82타

▲골프란 = 자식 키우는 것과 같다. 마음대로 안 되니까. 잘 치다가도 어느 날 슬럼프가 오고 연습도 안 했는데 신바람 골프가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