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홈런치고 고개숙인 秋 “세월호 참사 가슴아파”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는 시즌 첫 홈런을 쳤지만 기뻐할 수 없었고, 류현진(28·LA다저스)은 로커에 추모의 문구를 올렸다. 박인비(26·KB금융그룹),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 등은 모자와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달고 경기에 임했다.

18일(한국시간) 해외에서 활약하거나 경기를 가진 한국 선수들은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에 대한 애도의 마음에 침울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시즌 첫 홈런을 기록하고도 추신수는 고개를 숙였다. 이날 미국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미국프로야구 홈경기에서 시즌 첫 홈런을 기록한 추신수는 경기 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이번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우리는 왜 안 좋은 일이 닥친 뒤에야 수습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미리 대처하지 못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참 답답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시즌 5번째 멀티히트(한 경기 안타 2개 이상)를 친 추신수는 시즌 첫 홈런에 대해 “타석에서 방망이의 중심에 맞히겠다는 생각으로 임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5타수 2안타로 시즌 타율은 0.283에서 0.293으로 올랐고, 텍사스는 8-6으로 이겼다.

이날 선발출장한 류현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위해 마운드에 섰다. LA다저스 트위터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의 류현진 로커 사진을 올렸다. 류현진의 등번호 99가 적혀 있던 자리에 ‘SEWOL4.16.14’라는 문구가 자리했다. 다저스 트위터는 “한국에서 벌어진 세월호 침몰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며”라고 전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여객선 사고로 슬픔에 잠긴 국민들께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도록 이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류현진은 자신의 트위터에 ‘모두들 무사히 가족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힘내세요. Remembering the SEWOL disaster…’라고 기원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코올리나골프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 출전한 박인비, 유소연 등 한국선수들은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라는 의미로 모자와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고 경기에 출전했다. 대회 2라운드가 열린 이날 대회에서 주최 측은 1번홀과 10번홀 티잉 그라운드 한편에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관련 설명과 함께 검은 리본을 비치해 놓고 선수들이 원하면 착용하도록 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