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엔 安保理의 첫 北인권 논의와 국회의 직무유기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 논의가 중대한 전기를 맞았다. 국제 규범을 강제 집행할 권한을 보유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공식적으로 다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보리(安保理)는 17일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의 증언을 들었다. 커비 위원장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중대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는 관리들을 제재해야 한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했다. 이날 회의가 미국·프랑스·호주가 개최한 비공식 회의였고,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보리 테이블에 북한 인권 문제를 처음으로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COI는 지난 2월 북한에서 광범위한 반(反)인도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2005년 유엔정상회의와 2006년 안보리 결의로 채택된 국민보호책임(R2P)을 적용해 북한의 인권 유린 책임자들을 국제 법정에 세울 것 등을 제안했었다. 이와 관련, 미국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가 16일 사설을 통해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나서는 등 국제적 공론화도 확산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비춰볼 때 북한인권법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담하다. 북한 주민도 헌법상 우리 국민이다. 10년 가까이 관련 입법을 표류시키고 있는 국회의 직무유기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그동안 야당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해왔다. 북한민생인권법이라는 이름의 대북 지원법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북한은 지금도 미국, 일본과의 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야당은 궤변을 접고, 여당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북한인권법 제정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