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참사-정부 대책 ‘중구난방’>‘사공’ 많은 대책본부, 산에도 못간다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뒤늦게 범부처 사고대책본부(대책본부)를 구성했지만,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이름과 조직을 나열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대책본부 구성은 대형 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 수준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실제로 대책본부에 포함된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들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 사공 많은 대책본부 = 정부가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을 받으면서 급하게 꾸린 대책본부는 사공이 너무 많은 탓에 일사불란한 현장 대응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다양한 창구가 있어 대책본부가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21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범부처 사고대책본부 비상 연락망’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등 11개 부처의 장차관을 비롯해 5급 이상 공무원 245명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현장에 파견된 공무원들도 다수 있다. 전남 진도군청, 진도실내체육관, 팽목항 등에 80명 이상의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들이 파견됐다.

하지만 현장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손발이 제대로 안 맞고 정보 교류도 잘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20일 오후 진도군청에서 범부처 대책본부 실무자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교신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자료 배부를 요구하는 취재진에게 “나는 모르는 일이라 해경에 따로 알아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정보를 정확하게 공유하지 못하고 빨리 전달하려다 보니까 혼선이 생긴다”며 “고위급 인물 수백 명이 모이면서 보고 체계가 복잡해지는 점도 한몫 하고 있다”고 했다.

◆ 계속되는 혼란 = 대책본부가 구성된 이후에도 인명피해 집계 등 기본적 업무는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대책본부는 지난 18일 오후 10시쯤 새로 집계된 세월호 탑승객 수를 발표하면서 이전에 집계된 475명에서 1명이 늘어난 476명이라고 밝히고, 구조자 수는 179명에서 5명이나 줄어든 174명으로 발표했다. 19일 오후 11시 50분쯤에는 대책본부가 선체 내부에 처음 진입해 시신 3구를 수습했다고 밝힌 데 이어 20분 후쯤 시신 3구가 다시 추가로 수습됐다는 내용을 전했지만, 같은 정보를 관계자들이 실수로 중복 집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도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