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참사-국가브랜드 ‘오명’>中네티즌 “세월호 사건 北이라면 선장 총살감”

“선장이 먼저 도망쳤다.” “사고 초기 우왕좌왕 시간만 버렸다.”

한국 세월호 침몰 사건 속보를 전하는 중국 매체들의 21일자 기사 제목들이다. 중국 매체들은 사고 발생 순간부터 매일 실시간으로 세월호 침몰 소식을 전하고 있다. 중국 내 교민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후진적인 사고여서 어린 생명들이 안타깝고 창피해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드라마 한류(韓流) 덕에 애써 쌓아온 한국 국가 브랜드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21일 인터넷 국제면 헤드라인으로 “한국 선장, 먼저 탈출해 침몰하는 여객선을 바라만 봤다”고 전했다. 침몰하는 배에서는 승객들이 선장의 지시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은 관련 박스로 “탈출해 살아남은 승무원들 비율이 사고를 당한 승객들의 비율보다 훨씬 높았다”며 “여성과 아이를 먼저 탈출시킨다는 것은 전설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 등 중국 내 주요 매체들은 물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역시 이날 오전 인터넷판 헤드라인 기사로 “한국 여객선 침몰 당시 상황이 통신내역 공개로 확인됐다”며 “선장이 먼저 탈출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중국의 한 네티즌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사건이 북한에서 발생했다면 북 당국은 세월호 선장을 어떻게 처리했을까”라며 선장의 행위는 총살감이라고 비난했다. 한 여성 네티즌은 “대기하라고 해놓고 선장이 자기만 먼저 탈출했다”며 “말 잘 듣는 학생들만 희생당했다”고 꼬집었다.

중국 네티즌들은 특히 승객의 안전을 저버린 선장의 행위와 “혼자 살아남아 미안하다”며 자살한 단원고 교감 사례를 대비하며 한국의 ‘이중적’인 국민성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베이징(北京) 지역 유력지인 신징바오(新京報)는 이날 관련 기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교사들의 윤리의식이 대단히 높다는 특징이 있다”며 “두 사례를 한국의 국민적 특성이라고 보기보다는 직업군이나 개인적 특성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세월호 침몰 속보가 실시간으로 중국에 전해지면서 중국에서 20여 년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가 이모 씨는 “이번 사고로 한국이 순식간에 이류국가로 전락한 느낌”이라며 “중국 지인들이 관심을 보이며 물어올 때마다 창피해 답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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