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동의해야 한반도서 집단자위권 행사”

일본이 한국의 사전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한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측은 지난 17∼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일 차관보급 안보토의(DTT)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21일 전했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일본의 이 같은 반응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집단적 자위권 헌법해석 변경을 지지할 경우 나올 수 있는 한국의 우려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정부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DTT회의에서 일본이 한국의 사전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일본이 외교협의를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입장을 정부에 공식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 측 대표인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이 일본 대표에게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주변국과의 안보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을 강하게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일본이 당연한 얘기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1998년 주변사태법을 통과시킬 당시 한반도에서 일본 자위대의 활동은 한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한국 측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해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안정과 평화에 기여해야 하고 ▲한반도 문제는 어디까지나 한·미동맹에 입각해야 하며 ▲한국 헌법과 적합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3대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 측은 집단적 자위권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전개하고 한국 정부에 대해 사전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은 또 현재 총리실 자문기구인 안보법제간담회를 중심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에서 집단적 자위권 헌법해석 변경 및 무기수출 3원칙 재검토 지지,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작업의 가속화에 합의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의 우려가 적지 않자 일본이 선제적인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승배·정철순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