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김종준 하나은행장 ‘임기 완주’ 선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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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사진) 하나은행장이 사퇴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임기 완주’를 선언하면서 금융 당국과 ‘껄끄러운’ 긴장감을 빚고 있다.

사실상 김 행장에 대해 ‘퇴출’ 선고를 내렸던 금융당국은 김 행장의 버티기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하나은행도 금융당국의 조치가 화풀이식에 가깝다며 내부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저축은행 부당 지원으로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은 김 행장이 징계 확정 후 불과 이틀 만에 “내년 3월까지 행장 임기를 완주하겠다”고 공식 선언하자 “경영공백은 피했다”며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향후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우려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실적 악화로 금융권 전반에 걸쳐 수익성 확보와 효율적인 경영관리가 최우선시되고 있는 시점에 자칫 은행장 부재로 인해 큰 조직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은행 고위직에 대한 인사가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행장 공백을 단기간에 메울 수도 없고, 김 행장이 임기를 채우면서 조직 안정을 이끌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직원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제재가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9월 제재 심의에서 김 행장에게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가 취소하고 재검사에 돌입한 점, 지난 2월 김 행장의 연임이 논의될 때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가 연임이 결정된 직후 중징계를 통보한 점 등은 “책임 있는 금융당국의 모습이 아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이 각종 사고로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당국이 하나은행을 본보기로 삼아 과도한 징계를 내린 것 아니냐”면서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결과만 문제 삼아 중징계하면 은행들은 아무 일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김 행장의 임기 완주 결정에 대해 겉으로는 “은행장이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를 지키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이 나서서 언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하나은행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 직·간접적으로 압박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당장 KT ENS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된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 수위를 높이거나,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 승인 과정 등에서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