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죽하면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려 했겠는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우왕좌왕·오락가락·중구난방(衆口難防) 대처가 사망·실종자 가족의 상처와 분노는 물론 국민적 절망감까지 더 키우고 있다. 오죽하면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며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새벽 탈진 상태에서도 청와대를 향해 ‘절규의 행진’을 벌이기까지 했겠는가. 이들은 무려 11㎞를 걸어가다 경찰과 대치하며 길바닥 농성을 벌인 뒤 8시간 만에 되돌아갔으나, “제발 우리 아이 살려주세요”라며 통곡하는 그 심정은 모든 국민이 공유하고 있다. 재난 행정의 총체적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안전행정부 개칭 취지부터 빈말로 들릴 지경이기 때문이다.

긴급 상황에서 정부 대책기구가 신속·정확하게 현장을 파악하고 지휘·통제 기능을 제대로 작동시켜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승선 인원조차 477명→459명→462명→475명→476명 등으로 오락가락했고, 21일 현재 공식 발표된 수치조차 정확한지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다고 한다. 안전행정부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해양수산부와 교육부가 각각 설치한 중앙사고수습본부, 해양경찰청이 인천과 목포에 따로 따로 만든 지방사고수습본부 등 10개에 이르는 대책본부가 참사 초기에 난립해 혼선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지난 17일 범부처사고대책본부를 발족시킨 뒤에도 창구 일원화와 부처 간의 원활한 협조는커녕 혼란을 더 키우기까지 했다. 그런 식이니까 실종된 단원고 여학생을 구조자 명단에 올려 부모의 가슴에 거듭 못을 박기도 하는 것이다. 인근 지역 하수구까지 뒤지며 딸을 찾아다녔으나 찾지 못한 학부모가 청와대에 전화를 한 뒤에야 실종자 명단으로 옮겨 기록한 일은 황당한 사례 중의 하나일 뿐이다. 20일에만 해도 대책본부는 선체 내부에서 희생자 시신 3구를 수습했다고 발표한 직후 해상에서도 3구를 수습했다고 밝혔지만, 결국 중복 집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가항력의 상황에서도 정부는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현재의 모습은 그 반대다. 지금이라도 구조 현장의 지휘·통할을 정상화하는 일이 우선 시급하다. 이번 사고 수습 후에는 정부의 재난 대비·대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재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