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참사-‘부작위 살인죄’ 적용 검토>‘비컨헤드 정신’은 물론 法까지 바다에 버렸다

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이 가장 마지막까지 선박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선원법을 위반한 데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선원법의 토대가 되는 영국의 ‘비컨헤드(birkenhead) 정신’이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비컨헤드 정신은 승객 634명을 태운 비컨헤드호가 남아프리카 희망봉 앞바다에서 침몰했을 당시 함장과 병사들이 끝까지 여성과 어린아이들을 구하면서 배를 지켰던 고귀한 희생정신을 일컫는다.

1852년 2월 새벽 군인 472명과 가족 162명을 태운 비컨헤드호는 암초를 만나 침몰하기 시작했다. 풍랑이 거세지고 바다에는 상어가 우글댔다. 구명보트는 180명만이 탈 수 있었다. 절망에 빠진 채 울부짖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아비규환 속에서 병사들은 갑판으로 집결했고 함장은 차렷 구령을 외쳤다. 정렬한 병사들은 차분하게 여자와 어린이들을 구명보트에 태우기 시작했다.

함장과 병사 472명은 한 명도 구명보트에 타지 않고 여자와 아이들이 탄 구명보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거수경례를 했다. 결국 이들은 비컨헤드호와 함께 모두 수장됐다.

60년 뒤인 1912년 영국 여객선 ‘타이태닉호’가 침몰했을 때도 선장과 승무원 30여 명이 끝까지 배를 지켜 비컨헤드호 정신은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후 비컨헤드 정신은 배를 타는 선원들이 명심해야 할 제1원칙으로 통한다. 우리나라 선원법 역시 이런 정신에 의거해 ‘선장은 화물이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38년 선원 경력을 가진 세월호 선장 역시 비컨헤드 정신을 잘 알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비컨헤드 정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승객들이 속절없이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는 순간에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은 이미 뭍으로 나와 있었다.

침몰 직전 객실에는 안전하다는 방송만 되풀이됐다. 선장과 승무원들은 구조 선박이 세월호로 다가서자 승객 476명을 내버려둔 채 가장 먼저 대피했다. 그는 사고 이후 구속된 채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사고 후유증으로 몸이 아프다며 병원에 보내 달라고 했지만 검진 결과 건강 상태에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승무원들 역시 관계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통로를 통해 세월호를 탈출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