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계 우대 폐지는 안돼”… 소토마요르 ‘반대론’ 선봉

“어퍼머티브 액션은 내 인생의 문을 열어주었다.”

미국 대법원이 22일 대학 입학전형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계에 대한 우대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미국 사회에 인종갈등의 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1964년 민권법이 의회를 통과하고 이듬해 대통령서명으로 발효된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법적 보호 장치가 사라지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의 결과물로 자리잡았던 것이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워싱턴 DC 연방대법원에서 소니아 소토마요르(사진) 대법관은 58페이지에 달하는 소수의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대법원의 다수 대법관들은 차별의 미국 역사에서 소수 사회를 다르게 대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격한 어조로 말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번 결정으로 소수 인종에 대한 평등권 보호 정신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법관들은 우리 사회에 엄존하는 인종 불평등을 뒷짐지고 앉아서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대신에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지난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으로 히스패닉계 최초로 대법원에 입성했다. 프린스턴대와 예일대 로스쿨 출신인 그는 2013년에 “1970년대에 어퍼머티브 액션은 내 인생의 문을 열어 주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글은 빠른 속도로 트위터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됐다. 흑인 대법관으로 다수의견을 냈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도 프린스턴과 예일대 로스쿨 입학 당시 어퍼머티브 액션이 합격요인이 됐음을 인정한바 있다.

미국사회에서는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등 흑인민권운동단체를 중심으로 어퍼머티브 액션 폐기 판결에 대한 시위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인보수주의 성향이 강한 남부지역 주에서 어퍼머티브 액션 폐기 헌법개정에 들어갈 경우 흑인과 백인 사회의 대립도 예상된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