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골프 이야기>친구들 성화에 환갑때 입문… 갈비뼈 금 갈 만큼 맹연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승우 대표가 21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 드림레인지에서 어프로치 샷을 연습하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3번째 라운드 88타, 6개월만에 싱글… 별명 ‘인천의 우즈’

이승우(63) ㈜세통릴레이 대표는 골프를 늦게 시작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그는 환갑 때 골프를 시작했으니 만 3년도 안 됐다. 그럼에도 그는 벌써 홀인원과 이글 3회, 사이클버디 2회를 기록했고, 요즘에는 늘 70대 스코어를 친다. 지인들은 인천에 사는그를 ‘인천의 우즈’라 부른다.

낚시광이던 그는 한화그룹(한국베어링)과 현대그룹을 거쳐 1987년 사업을 시작했다. 전자기기 필수 부품인 회로를 개폐하는 장치인 ‘릴레이’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를 창립했다.

2004년 중국 광둥(廣東)성의 선전에 공장을 차려 직접 생산했지만 6년쯤 운영하다 은퇴를 위해 3년 전 사업을 정리한 뒤 무역업만 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늙어서 할 건 골프밖에 없다”는 친구들 성화에 2011년 5월 29일부터 골프연습장을 다녔다. 프로골퍼에게 3개월 동안 레슨을 받았다. 티칭프로는 “혹 전에 골프를 배운 적 있느냐”며 이해도가 빠른 그를 칭찬했다. 그 역시 처음 배울 때 탈이 났다. 골프채 잡은 지 보름도 안 돼 숨을 쉴 때마다 통증이 엄습해와 병웠에 갔더니 갈비뼈 3개가 금이 갔다고 했다.

이후 20일 동안 채를 놨지만 몸 상태를 살필 겸 해서 다시 연습장에서 드라이버를 치다가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다. 병원에 다시 갔더니 등쪽에 갈비뼈 4개가 금이 갔다고 했다. 그는 이때 “골프가 (내게) 안 맞는가 보다”면서 단념하려 했지만 미리 낸 3개월치 레슨비가 아까워 ‘하프 스윙’으로만 쳤다.

석 달도 안 돼 머리 얹으러 갔다가 인천 국제골프장에서 107타를 쳤다. 보름 후 경기 양평TPC에서 104타를 쳤다. 세 번째 라운드 때는 버디를 포함해 88타를 쳤고, 이후 그는 한 번도 90타를 넘지 않았다. 6개월 만에 싱글핸디캐퍼가 됐다. 지난해 1월 경기 화성의 한 퍼블릭골프장에서 79타를 쳤다. 이날 14번째 홀인 파5홀에서 세 번째 샷을 그대로 넣어 첫 이글을 기록했다.

그는 며느리(항공사 승무원) 덕에 항공티켓을 싼값에 구할 수 있어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50분 거리인 포트딕슨골프장 회원권을 사 자주 다닌다. 홀인원은 지난 3월 27일 포트딕슨 6번홀(145m)에서 7번 아이언을 잡고 행운을 안았다. 그는 자신의 거리보다 한 클럽 길게 잡는 편이다. 8번 아이언 거리였지만 풀스윙을 하다보면 방향에 문제가 생겨 한 클럽 길게 잡고 스리쿼터 스윙으로 부드럽게 쳤던 것. 그는 이곳에 가면 하루에 36홀씩을 친다. 올 초에는 14일 동안 매일 36홀을 치며 80타 밖을 한 번도 넘지 않았다. 지난해 그의 베스트 스코어 73타 역시 이곳에서 작성했다.

충남 천룡골프장에서 첫 74타를 기록한 이래 20여 차례 같은 스코어를 맴돌다 1타를 줄였다. 초보 땐 하루에 10타씩을 줄였지만 이젠 1타를 줄이는 게 갈수록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충남 공주의 프린세스골프장에서 사이클 버디(파5-파4-파3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고, 보름 후 똑같은 홀에서 두 번째 사이클 버디를 작성했다.

지난해 봄 그는 자신의 골프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해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세미프로테스트에도 출전을 했다. 18∼20세짜리 선수들과 겨루면서 풀 백티에서 80타를 쳤지만 컷오프(78타)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여름 대한골프협회에서 주관하는 전국 시니어골프대회에 출전해 2라운드 평균 80타를 쳐 상위권에 입상했다.

스윙을 만드는 비결은 이랬다. 처음에 보기플레이할 때 평균 OB(out of bounds)가 2차례 정도 났다. 당시 장타(270m)로 인해 손해도 많이 봤고 백 스윙을 조금 줄여 정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요즘도 그의 비거리는 230m를 넘는다. 한 달 동안 연습장에서 드라이버만 연습하기도 했다.

처음엔 골프를 몰라 앞 팀이 그린에 있을 때도 올라갔다가 동반자들에게 혼쭐이 난 이후 골프 룰과 에티켓을 배웠다. 동반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예를 갖춰야겠다고 마음먹고 혼자서 골프룰 북을 꿰고 있을 정도가 됐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82타 이상을 쳐 본 적이 없다. 완벽한 싱글로 10번 중 8번 이상은 70대 스코어를 기록 중이다.

“일찍 골프에 눈을 떴으면 프로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그는 뒤늦게 재미에 빠진 만큼 “앞으로 언더파 욕심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래오래 골프장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이승우에게 골프란 = 인생처럼 기본에 충실하면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린다. 또 다른 인생의 배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