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처벌 관행’ 가장 먼저 손본다

청와대와 정부가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를 계기로 ‘국가 개조’ 수준의 적폐(積弊) 일소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국민 안전과 관련한 민·관 등 각 부문의 책임성을 대폭 강화하는 게 핵심 기조가 될 것으로 24일 전해졌다.(문화일보 4월23일자 1·2면 참조)

청와대는 특히 사고가 수습된 뒤에는 유야무야되곤 했던 기존의 잘못된 관행에서 탈피해 ▲민·관 결탁에 의한 부정부패 구조 개혁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공직사회 일신 ▲솜방망이식 처벌 관행 척결 등을 골자로 한 ‘국가 개조 그랜드 플랜’을 힘 있게 밀어붙이겠다는 구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단계별 문제점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만 봐도 세월호 참사는 예고된 재난으로 봐야 한다”며 “아무 잘못 없는 국민들을 위협하는 이런 구조적인 적폐들을 끝까지 추적해 바로잡지 않고서는 이런 비극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원자력발전소 비리, 저축은행 부실대출 사태 등에서도 확인됐던 관료와 민간기업·협회 간의 유착을 철폐하는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이른바 해피아(해양수산부), 모피아(기획재정부) 등 ‘관피아(官pia·관료 천국)’로 불리는 ‘암적 결탁’ 구조야말로 부정부패를 낳고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주요인이라는 판단에서다. 퇴직 관료의 관련 협회나 단체, 기업 취업 규정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유일호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끔찍한 대형 참사 뒤엔 부처 업계 협회의 유착이 있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구조적 문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해결하는 개혁이 필요하며, 당 정책위 차원에서 제도 개선 과제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 조직의 복지부동과 눈치보기 행정 역시 주요 개혁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사정당국이 이준석 세월호 선장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과 마찬가지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태한 공직자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하다 사고를 친 공무원은 징계를 받고 일을 안 한 공무원은 승진하는 구조는 혁파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 사회적으로 안전불감증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는 솜방망이식 처벌 관행에 대한 개혁도 우선적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5년간 3770건의 해양 사고가 발생해 사망 316명, 실종 326명 등 1266명의 인명피해가 났는데도 사고를 낸 업체에 대한 면허 취소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현실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업체와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민·형사상 책임추궁도 포함된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