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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4월 25일(金)
자연·인간·문화… ‘형태’로 보는 생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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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 흐름, 가지/필립 볼 지음, 조민웅·김지선·김명남 옮김/사이언스북스

사람이 제일 못하는 게 무얼까. 중력을 이기고, 노화를 멈추고, 죽음을 피하는 것. 앞의 두 가지는 과학의 힘으로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마지막은 여전히(아마도 영원히) 불가항력. 이 불변의 진리는 열외로 두고,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건 ‘생각의 전환(轉換)’이다. 그래서 ‘잘’만 하면 자신과 환경, 또한 시스템과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무한 경쟁 시대,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필립 볼의 책은 이를 돕는다. 아니, 책 자체가 이미 ‘전환’이다. 생물학의 한 분야에 머물러 있던 형태학을 사회적 변화·이슈와 만나게 한 것만으로도. 저자는 물리학과 천문학 등 다양한 학문연구의 도구와 개념을 폭넓게 활용한다. 따라서 이 3부작(모양, 흐름, 가지/필립 볼 지음, 조민웅·김지선·김명남 옮김/사이언스북스)은 자연과 사회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형태학의 놀라운 세계관을 선사한다. 읽을수록 생각의 틀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그것도 즐겁고 유쾌하게. 20여 년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편집자로 일한 저자의 내공 덕이다. 예를 들어, 심장 부정맥이 일어날 때 보이는 나선형 파장은 물에 떨어뜨린 잉크 방울이 한동안 확산과 응축을 반복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이 얼마나 인상적인 발견인가. 매주 ‘네이처’를 챙겨보는 과학도부터 언어와 문화, 현상의 패턴에 관심 있는 인문·사회학도, 그리고 ‘보통의 독자’까지 아우를 수 있을 만큼 쉽고 흥미롭다.

첫 번째 권 ‘모양’은 개미의 집에서 인간의 심장까지, 저절로 만들어진 모양 속에서 형태의 법칙을 찾아낸다. 자연 과학의 여러 분야뿐 아니라 20세기 초 예술사조인 아르누보, 유겐트슈틸까지 융합해 형태학의 발생 원리를 새롭게 조직한다. 저자는 “패턴은 개별 생물만의 특성이 아니라, 그들의 집단적 성격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점토 성당처럼 보이는 6∼7m짜리 개미집은 의도된 형태가 아니라 개별 개미들 간 상호 작용의 결과로, 어떤 개미도 처음부터 특정한 모양의 집을 짓고 있다는 의식은 없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권 ‘흐름’은 형태의 역동성을 주제로 한다. ‘모양’에서 언급한 다양한 형태들이 변화하는 방식과 그것을 예측하려는 과학적 시도들을 다룬다. 저자가 생물학, 물리학, 기상학부터 유체 역학과 천문학, 경제학에 이르는 다양한 자연 과학의 학문들을 누비는 동안 독자는 15세기 만능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서 20세기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에 이르기까지 흐름의 형태에 관심을 가졌던 인류의 오랜 역사도 만날 수 있다.

또, 마지막 권 ‘가지’는 형태들을 연결하는 관계를 설명하는데, 눈송이의 육각형부터 수지상(樹枝狀) 광물, 프랙털 구조(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 인터넷망 등 자라고 나뉘며 이어지는 ‘형태의 우주’가 펼쳐진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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