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줄줄이 취소…‘5月 특수’ 실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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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세월호 트라우마에 고통받고 있는데 섣불리 마케팅에 나섰다간 비난만 받고 기업이미지도 나빠지지 않겠습니까?”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 여파로 ‘5월 가정의 달’ 특수를 맞았지만 소비 위축 속에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도 하지 못하는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근로자의 날(5월 1일)에 이어 주말(3∼4일)과 어린이날(5일), 석가탄신일(6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다음주부터 당장 특수 잡기에 나서야 하지만 준비한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꽁꽁 얼어버린 고객들의 소비심리를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5월 가정의 달 대목을 앞두고도 각종 공연이나 이벤트 등 가족단위 행사를 대폭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특히 이날 세부적인 5월 마케팅 전략을 확정하기로 한 현대백화점은 매출보단 애도에 힘쓴다는 취지로 고객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가족단위 고객들을 염두에 두고 27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반려견과 함께하는 이색행사인 ‘펫파티’를 급히 취소했다. 롯데백화점도 5월 초부터 대규모로 준비할 예정이었던 각종 가족단위 이벤트와 공연을 축소 또는 취소하는 쪽으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년 5000여 명 안팎이 참여했던 연중 어린이 최대 행사인 ‘신세계 어린이 그림잔치’를 취소했다.

외식업체인 강강술래는 예년만 해도 5월 가정의 달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지만 올해는 이벤트 및 행사 규모를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또 농심은 2008년부터 어린이날에 본사 앞마당에서 대대적으로 진행했던 ‘농심으로 나들이가자’ 행사를 기념품을 나눠주는 정도로 간소하게 치르기로 확정했다.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용인 등 주요 사업장에 놀이동산, 공연장 등을 만들고 임직원 가족들을 초청해 어린이날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모두 취소했다. LG전자도 경기 평택, 경남 창원 등에서 열기로 한 가족초청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시아나 항공도 어린이 문화행사인 ‘드림윙즈 리틀즈(5월 24일)’를 취소했고,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은 가수 혜은이를 초청해 진행하려던 어버이날 디너쇼(5월 8일)를 취소할지 검토 중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게임회사들도 ‘프로야구마스터2014’와 ‘블레이드소울’ 등 신작 출시 행사를 연기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와중에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특별한 기념일이 있는 5월엔 그래도 고객들의 지갑이 열렸지만 올해는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가 워낙 커 큰 기대는 접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