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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4월 25일(金)
눈물 참는 당신… 견디지 마세요, 슬퍼하세요
상실의 고통 회피하지 말고 스스로 자책하지도 말아야… 가족잃은 저자, 따뜻한 위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허봉금 옮김 / 민음인

요즘 상영 중인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주인공 상현은 눈밭을 헤치고 억울하게 죽은 딸의 살인범을 추격한다. 범인의 이름 석자만 듣고, 얼굴도 모른 채 벌이는 실패가 예고된 추격전이었다. 어렵게 상현의 뒤를 따라잡았다가 놓친 젊은 형사는 그를 향해 복수를 멈추라고, 당신에게도 삶이 있지 않느냐고 외친다. 시간이 갈수록 상현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중년의 형사 억관은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는 상현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무력하게 혼잣말처럼 내뱉는다.

“자식을 먼저 보낸 아비에겐 남은 삶이란 없는 거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또 맞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어머니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부터 삶은 이별과 상실의 연속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에도 누구나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아직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 있는 시간에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미안해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그래도 상처와 상실로 몸과 마음이 눈물 범벅인 이들을 위해 ‘고통을 넘어서는 법’을 담은 이 책을 열었다.

책의 두 저자 역시 젊은 시절 가족을 잃는 경험을 했다. 올해 96세인 프랑스 심리학자인 슈창베르제 니스대 명예교수는 10대에 여동생의 죽음을 겪었고, 심리상담자 죄프루아는 6개월 만에 둘째 아이를 잃었다. 고통을 표현하지 못하고 내내 가슴에 품고 살아왔던 이들은 사람들이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자신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 심리 연구와 상담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슈창베르제 교수는 젊음과 아름다움, 재산과 성공에만 눈을 돌리는 시대에 “사람들은 앞만 보고 달리는 법이나 성공하는 법만 배울 뿐 넘어지는 법, 실패하는 법과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의 대처법은 배우지 못한다”며 고통을 대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슬퍼할 만큼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할 만큼 충분히 애도하라.’

‘하지만 슬픔이 우리의 현재를 망가뜨리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

두 저자가 조언하는 슬픔을 대하는 가장 중요한 자세이다. 이들이 전하는 슬픔과 트라우마는 참 고통스럽다. 사람들이 각종 상처와 상실을 경험하면 슬픔은 트라우마가 돼 기본적인 안정감과 각종 관계를 해친다. 그때부터 소금은 그 맛을 잃어버리고, 세상은 그 색깔을 잃어버리면서 살고 싶은 마음, 일하고 싶은 생각이 시들해진다.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멈춰 정지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은 지나간 일들을 계속 생각하기 시작하고, 끊임없이 슬픔을 되새김질하며 때로는 자신 때문에 그 사람이 죽었다는 ‘주술적 자기 비난’도 가하게 된다.

당연히 삶에 대한 의욕은 줄어들고 마음과 몸은 허약해져 각종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에너지와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행정적인 문제와 재정적인 문제까지 뒤따르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게다가 이 같은 슬픔의 트라우마는 대를 이어 전달돼, 실제 상담을 하다 보면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질환은 수십 년 전 어린 시절이나 몇 세대 전의 충격이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저자들은 전한다.

이에 두 저자는 제대로 충분히 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고통이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알아야 하고, 애도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이들에 따르면 애도의 과정은 ‘충격과 쇼크’-‘부정과 부인’-‘화와 분노’-‘우울증 혹은 두려움’-‘슬픔’-‘받아들임’의 여섯 단계를 거쳐간다. 이 같은 애도의 시간은 매우 길고, 때로는 평생 계속될 만큼 고통스럽지만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깊은 슬픔을 느끼는 시기 내내 어떻게든 자신을 잘 돌보는 것이다. 전문가를 찾아가고, 대화 그룹에 가입하며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친구나 친척을 만나기를 이들은 조언한다. 애도의 기간이 긴 만큼 오랫동안 돌봐줄 수 있는 ‘후원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권한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떠난 가족을 묻을 때 평소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특별한 이별 의식을 갖거나 그 사람과 이별하는 상황을 연출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때 좋은 기억과 함께 나쁜 기억도 상대에게 이야기하고, 마음에 담고 있던 많은 감정들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잘 떠나보내는 방법이라고 한다. 또 피로, 스트레스, 실망감을 물리치기 위해 하루에 적어도 네 개씩 즐거움을 누리라고 권한다. 이 즐거움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햇볕 쬐기 같은 자신의 기분을 다독일 수 있는 평범한 것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날마다, 모든 면에서, 나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주문을 반복해 외우라는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충분히 애도하고 난 후에야 고인은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게 된다. 고통스럽지만 우리 삶이 끝날 때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 확실한 단 한 사람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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