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줄일 수는 있어도 원천봉쇄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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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짜증나는가 / 조 팰카·플로라 리히트만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내어서 무엇하나, 속상한 일도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 가세….’ 민요 ‘태평가’의 가사대로 짜증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삶의 일부다.

누구나 무엇인가에 짜증을 낸다. 지하철에서 누군가의 휴대전화 통화, 한밤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모깃소리와 교통체증. 그리고 함부로 물건을 치우거나 반대로 집을 쓰레기통처럼 만드는 배우자. 이 같은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약이 오르고 판단력도 흐려진다. 짜증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는 해도, 짜증이 나는 이유를 밝히기는 어렵다.

미국 과학저널리스트 2명이 저술한 이 책은 ‘무엇이 인간을 짜증나게 하는지’, ‘짜증의 과학’에 다가선다. 짜증나는 소리와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일화를 통해 일상의 짜증을 다각도로 풀이하며 짜증의 이해를 일깨우는 상황 분석이 돋보이는 책이다.

짜증의 요소로 집중 분석된 첫 대상은 휴대전화다.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통화는 듣고 싶지 않아도 그 내용이 들린다. 귀에 맴도는 통화소리에 정신은 산만해지고 통화소리가 거슬린다. 전화통화는 제3자가 내용을 종잡을 수 없는 ‘반쪽통화’인 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예측불가능함이 짜증의 요소다.

이 책에는 지저분한 벌레, 냄새나는 스컹크 등 시각과 후각을 거스르는 대상과 더불어 찍찍거리는 불협화음 같은 청각적 요소가 비중있게 등장한다. 구급차, 소방차의 사이렌은 사람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아예 짜증을 유발하는 소리를 내도록 고안됐다.

미국 인터넷사이트는 불규칙하게 짧은 작동음을 내는 동전 크기의 ‘짜증유발장치’를 개발해 시판하기도 했다. 튀는 장난감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 장치는 짜증을 일으키는 필수요소가, 불쾌하며 예측할 수 없고 곧 끝나리라는 잘못된 희망을 안겨준다는 사실임을 보여준다.

인간관계도 피할 수 없는 짜증의 대상이다. 사람들은 상대의 무례한 습관, 배려 없거나 규범을 위반하는 행동에 짜증을 느낀다. 특히 배우자의 거슬리는 행동이 반복될 경우 짜증이 극대화된다. 연애시절 매력적이던 특성은 결혼 후 짜증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느긋해서 좋았던 사람을 게으르다고 비난하게 되고, 듬직해 보였던 말 없음이 무심한 이기주의자로, 사랑의 이유가 부아를 돋우는 단점으로 바뀐다.

이 책은 그러나 짜증을 부분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어도 원천적 통제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짜증의 대응책으로 ‘전력을 다해 맞서 싸우기’와 ‘짜증의 유발 요소에 개의치 않는 초월’이라는 비현실적인 극단의 대응책을 제시할 뿐이다. 불가피한 짜증, 짜증이 나는 심신의 변화를 이해하는 가운데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순간순간 다스리는 수밖에.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