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자살률… 불편한 숫자로 보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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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숫자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동녘

신간 ‘분노의 숫자’(동녘)는 빽빽한 숫자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고발한다. 박근혜정부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비꼬듯 책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겪게 되는 생애주기별 불평등에 대해 상세히 분석해 놓았다. 적재적소에 소개되는 관련 통계는 불평등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진정 ‘분노의 숫자’들의 역습이다.

저자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경제학자 정태인을 필두로, 경제·노동·주거 등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싱크탱크다. 이들은 지난 2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청, 한국은행 등에서 나온 각종 통계수치를 재구성해 책을 꾸렸다. 소득 주도 성장,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 각종 구호가 나오고 있지만, 실상 한국사회의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책에 나온 통계와 분석을 이용해 한 가정의 이야기를 만들자면 다음과 같다. 서로 사랑해 결혼한 김 씨 부부가 있다. 아이를 낳고 싶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출생에서 대학 졸업까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평균 3억1000만 원의 돈이 든다.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아동가족복지 지출 수준은 0.8%로 스웨덴(3.7%) 같은 복지국가는 물론 OECD 평균(2.2%)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현실 속에 국내 합계출산율은 1.3명에 그친다.

그럼에도 김 씨 부부는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어렵게 세상에 나온 아이는 행복하지 않다.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 평균이 100일 때 72.54점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2010년 15∼19세 청소년 905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중 31.9%가 자살이다. 자살을 생각한 청소년에게 이유를 묻자 가장 많은 수가 학업성적(35.1%) 때문이라고 했다.

불안한 청소년 시기를 이겨내고 사회에 나오면 이번엔 워킹 푸어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최저임금(2013년 4860원)조차 못 받는 노동자가 전체의 11.8%이고, 임시직 노동자 비율은 OECD 최고(23.8%)다. 그렇다고 일하는 시간이 적은 것도 아니다. 한국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090시간, OECD 평균(1765시간)보다 300시간 이상 많다. 죽어라 일했지만, 가계부채는 계속 는다. 제2금융권에서 돈 빌리는 가계가 한 집 건너 하나꼴, 소득 증가율보다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률이 2.5배 높아 내집 마련도 어렵다. 그런 사이 부모님은 늙었다. 나 사는 게 바빠 못 챙겼고, 부모님은 그런 날 키우느라 돈을 못 모았다. 노인빈곤율(48.3%)·노인자살률(1000명 중 80.3명) 세계 1위가 한국이 보여주는 스코어다. 결국 이런 다양한 수치들을 통해 책은 말한다. “기존 사회안전망의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면 한국사회는 매우 위험하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