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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5월 02일(金)
100억원과 시청률 1위, 수치로 평가할 수 없는 ‘쓰리데이즈’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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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극본 김은희·연출 신경수·제작 골든썸픽쳐스)가 끝났다. 자체 최고시청률이자 동시간대 1위인 13.8%(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쓰리데이즈’라는 드라마가 가진 진짜 의미는 단순히 수치로 표현할 수 없다.

‘쓰리데이즈’는 장르물을 표방한다. ‘싸인’과 ‘유령’을 쓴 김은희 작가가 집필했고 ‘싸인’으로 신인인 김은희 작가를 발굴한 골든썸픽쳐스가 제작했다. 장르물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를 견지한 이들이 뭉친 작품이라는 의미다.

‘쓰리데이즈’는 1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는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분명히 보였다. 2억 원을 들였다는 카체이싱은 기존 드라마에 볼 수 없었던 짜릿함을 안겼다. 총격씬의 리얼리티 역시 기대 이상이었고 이제는 완연한 배우로 자리잡은 박유천의 액션 연기도 일품이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100억 원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도 명확했다. 미국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아래서 제작되는 일명 ‘미드’의 제작비는 수백 억에 육박한다. 제작 기간 역시 국내에 비해 넉넉하고 후반 작업에도 엄청난 금액과 시간이 할애된다. 이런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작되는 장르물의 한계는 미드를 챙겨본 시청자들이라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절대 비교’가 아니라 ‘상대 비교’다. ‘쓰리데이즈’는 로맨틱 코미디와 막장 일변도인 한국 드라마 시장에 작은 돌 하나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파급 효과는 기대를 넘어서 큰 울림과 파장을 전했다.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해외 장르물에 익숙한 20∼30대, 즉 소비계층이 열광했다. 제작 여건의 절대치가 다른 미드와 비교해 아직 보완할 점이 많지만 ‘쓰리데이즈’는 척박한 토양 속에서 건강히 자란 장르물이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뻔한 사랑 이야기에 적당한 막장 요소를 가미해 30%가 넘는 고정적 시청률을 기록하는 주말드라마와 ‘쓰리데이즈’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이런 소재의 드라마에 100억 원을 쓴 제작사와 이 드라마를 편성한 SBS의 결정이 놀랍고, 1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더욱 놀랍다”며 “향후 또 다른 제작사와 방송사가 장르물에 도전해봄 직한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배우들 간 화학작용이다. ‘쓰리데이즈’는 헐거워질 수 있는 부분을 배우들의 호연으로 메웠다. 대통령 이동휘 역을 맡은 배우 손현주는 정적인 캐릭터에 동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나즈막하지만 꾹꾹 진심을 눌러 말하는 대사는 울림이 컸다. 그의 곁을 지키다 스러지거나, 혹은 다른 세상을 꿈꾸며 배신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장현성 최원영 윤제문 안길강의 존재감은 컸고 주인공 한태경 역을 맡은 박유천은 훌륭히 성장했다.

지난해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시작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주군의 태양’, ‘상속자들’과 ‘별에서 온 그대’로 수목극 흥행불패신화를 이어온 SBS의 선택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쓰리데이즈’는 16부까지 모든 광고를 완판하며 SBS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고 시청률 1위 자리도 지켰다. 게다가 흥행을 염두에 둔 로맨틱 코미디 일변도라는 가시 돋힌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SBS 수목극 기획자인 김영섭 EP는 “시청률이 좋다고 로맨틱 코미디에 치중한 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소재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드라마 시장이 발전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지켜줄 수 있다. 복합 장르물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이어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장르물인 ‘쓰리데이즈’에 이어 경찰을 소재로 한 전문직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편성한 것은 철저한 분석과 계산을 통한 결과”라고 밝혔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었다. 재료는 훌륭했으나 이를 활용하는 요리사의 솜씨가 부족했다. 대작인 ‘쓰리데이즈’는 신인에 속하는 신경수 PD가 다루기는 버거웠다. 이야기는 밀도 높고 배우들의 연기는 차진 데, 정작 밋밋한 화면 구성과 평면적인 연출로 긴박감을 떨어뜨렸다. 이에 대한 질타는 ‘쓰리데이즈’의 시청자게시판과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신경수 PD 지난달 11일 인터넷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쓰리데이즈’의 갤러리에 직접 올린 글을 통해 “방송을 보며 아쉽고 화가 나는 건 모두 다 제 탓입니다. 편집기사님의 문제도, 음악감독님의 문제도 아닌 연출의 문제입니다”라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이후 절치부심한 덕인지 후반부로 들어서며 ‘쓰리데이즈’의 완성도 다소 높아지고 시청률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진보된 소재에 걸맞은 한 발 앞선 연출로 방송 초반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것은 다시 돌이켜봐도 아쉬운 대목이다.

안진용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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