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그리고 미래를 설계한 ‘건축인생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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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그리는 건축가 / 김석철·오효림 대담 / 창비

“레오나르도 다빈치 하면 흔히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그린 화가로 기억되지만 그가 미술에 바친 시간은 인생에서 얼마 안 된다. 저도 건축가로 알려졌지만 도시 설계가(Urban planner)로 일을 더 많이 했다. 그러면서 인문주의자로 더 기억되고 싶다. 인문주의자란 문명을 만들어낸 사람이란 의미이다. 도시를 설계한다는 것은 하나의 문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의도 마스터플랜, 서울대 마스터플랜, 예술의전당, 한국예술종합학교,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쿠웨이트 자흐라 신도시, 베이징(北京) 경제특구 등 국내외를 오가는 어마어마하게 긴 작품 리스트를 갖고 있는 김석철(71·사진)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대표는 자신의 건축·도시 설계 50년의 삶을 돌아보며 ‘건축가’가 아닌 ‘문명을 만드는 인문주의자’ 자리를 택했다. 김 대표가 2011년 언론인 출신 변호사 오효림 씨에게 회고록을 제안하면서 시작된 책은 그해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진행된 총 30회의 대담을 정리했다.

1943년 함경남도 안변군에서 태어나 6·25전쟁이 터진 뒤, 경남 밀양의 조부 댁에서 보낸 어린 시절, 한국 양대 건축가 김중업·김수근에게 수학한 청년 시절,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담당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축·도시 설계자로서의 탄탄한 삶이 담겨 있다. 그는 김중업에 대해서는 “건축가로서의 소명을 심어준 스승”으로, 김수근은 “도시 설계의 길을 열어준 스승”으로 기억했다. 이어 펼쳐지는 여의도 개발, 순복음교회, 서울대 캠퍼스, 예술의전당, 경주 보문단지 등 대표작은 물론 KBS 본관, 세종문화회관 등 그에게 실패를 안긴 작업이 진행된 과정은 한국 근현대화의 단면이자 한국 도시개발의 역사이다.

비현실적이라고 비판받았던 새만금 개발사업 아이디어, 4대강 사업에 대한 의견에 두 번의 암수술과 개인적인 ‘러브어페어’까지 털어놓은 것을 보면 김 대표는 가능한 자기 삶을 모두 담고 싶어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위대한 건축가라면 최소한 자신이 속한 도시의 역사와 지리, 사회적 소명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겨야 한다”거나 “건축은 당대 인간에게 평가받지만 도시는 역사와 승부한다” 등 자신의 신념을 여러 번 강조한다. 다만 대담이 지나치게 예의 바르고 조심스러워 결과적으로 객관적 사실의 나열에 그친 점은 조금 아쉽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